차기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또 하나의 핫이슈는 금융감독원의 개편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학계에선 금융감독원을 감독 기능을 하는 조직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하는 조직으로 둘로 쪼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금융감독원을 금융감독청으로 개편해 직원들을 공무원으로 만들고 높은 윤리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금감원, 두 개로 나누는 게 맞나

금감원을 둘로 쪼개는 방안은 금융회사 건전성을 감독하는 기능과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상충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서로 독립된 다른 기구에서 맡아야 효율적이라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모두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렇게 이원화된 체계를 금융계에선 봉우리가 두 개 있다는 뜻의 '쌍봉형(twin peaks)' 방식이라고 부른다.

이런 방식을 택한 대표적인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오랜 기간 금융감독청(FSA)에서 두 기능을 함께 수행했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쌍봉형으로 분리시키는 작업을 진행해 왔고 올해 마무리할 예정이다. 호주는 앞서 1990년대 후반에 쌍봉형 체계를 도입했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는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가 양산된 경우에서 보듯 통합된 감독 체계에서는 소비자 보호 기능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저축은행의 건전성 문제를 더 중시한 탓에 부실 저축은행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려고 한 것을 통제하지 않았고, 그 결과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논리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두 명의 시어머니'가 생겨 금융회사나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반론이 많다.

A금융지주회사 임원은 "두 개의 금감원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게 되고 금융회사들은 양쪽 눈치를 보느라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홍기 연세대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GDP(국내총생산) 규모 20위 안의 국가 중에서 쌍봉형을 채택하는 나라는 영국·호주·네덜란드 3개국에 불과하다"며 "상시적인 금융 위기 상황에서는 통합된 감독 기구가 감독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일본·독일·스웨덴·스위스는 한국의 금감원처럼 한곳에서 총괄하는 통합형 감독 기구를 가지고 있다. 또 스페인·이탈리아처럼 은행, 증권, 보험 등 권역별로 감독 기구가 따로 있는 국가들도 있다.

조직의 축소를 걱정하는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따로 설립하는 데만 2000억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분리를 반대하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 공무원으로 바꿔야 하나

또 다른 논쟁거리는 금융감독원 직원의 신분 문제이다.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직원들은 쭉 민간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데, 금감원을 금융감독청으로 만들어 직원을 공무원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사퇴한 안철수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직원 비리를 막고 책임감을 더 부여하기 위해 신분상 제약을 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로 금감원의 전·현직 비리 직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되자 공무원 수준으로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민간인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위헌·위법 소지가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기도 한다. 감독기구 구성원이 모두 공무원인 사례는 일본의 금융감독청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공무원 조직으로 바뀌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현재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직원만 350명에 달하는데, 공무원 조직이 되면 이런 전문가들을 더 이상 채용하기 어려워져 역량이 위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여가 대폭 삭감되는 것도 직원들은 걱정을 표시한다. 금감원이 정부 조직이 되면 국장급은 4급 서기관, 팀장급은 5급 사무관으로 전환되면서 각각 1억3000만원, 1억원가량인 임금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600명이 넘는 금감원 직원들을 공무원으로 편입시키면 정부 조직이 비대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2008년 민간 조직이었던 방송위원회가 정부 조직으로 바뀐 선례가 있지만 방송위는 직원이 100여명뿐이었고, 급여 수준도 높지 않아 단순 비교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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