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카카오)'과 '라인(NHN)'이 본격적으로 해외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에 나섰다.

카카오톡에서 '애니팡 신드롬'으로 모바일 게임의 가능성이 확인되자 해외시장 선점(先占)을 위해 나란히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국내 시장의 성공 모델이 해외에서도 통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김범수와 이해진, 모바일 게임에서 2차 대결

김범수(46)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이해진(45) NHN 이사회 의장의 '2차 대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동기생(86학번)이다.

포털 네이버(이해진), 한게임(김범수)을 합병해 지금의 NHN을 만들었다.
김 의장은 2007년 NHN을 떠나 카카오를 창업, 카카오톡으로 대히트를 쳤다.
국내 모바일 시장의 '1차 대결'은 김범수 의장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이해진 의장은 모바일 게임으로 반격을 노린다. NHN은 지난 19일 '라인팝, 파타포코 애니멀, 카툰워즈, 홈런배틀 버스트' 등 모바일 게임 4종을 230여개국에 출시했다.

게임빌·컴투스 등 게임사들이 만들고 라인을 통해 유통하는 구조다.
카카오도 다음 날인 20일 애니팡, 퍼즐주주, 그냥사천성 등 3개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았다.
이들 게임은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연동돼 메신저 친구들과 순위를 경쟁하는 구도를 갖고 있다. 이용자 7000만~8000만명을 가진 카카오톡·라인과 손잡고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것이다.

시장 반응은 해외 이용자가 많은 라인에서 먼저 나왔다. 라인은 전 세계 76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NHN은 '라인팝'이 출시 하루 만에 글로벌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본·대만·홍콩·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 등 6개국 앱스토어(프로그램장터)에서 라인 게임이 나란히 1~3위에 올랐다.

NHN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 메신저가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유용하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아직 진출 초기인 만큼 해외 실적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미 인기가 검증된 애니팡 등 주력 게임을 내놓은 만큼 조만간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반응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나친 따라 하기' 비판도

양사의 전략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상반된다. 카카오는 시장 선도형(First mover) 전략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창출했다.

7월 말 카카오톡을 통해 선보인 '애니팡'은 출시 39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뒤이어 '캔디팡'과 '드래곤플라이트'도 한 달이 안 돼 1000만 다운로드 고지를 넘어섰다.

간단한 퍼즐 게임으로 메신저 친구들과 경쟁하는 '소셜(social)형' 구도가 적중했기 때문이다.

라인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택하고 있다. 라인은 지난 7월 초 카카오보다 앞서 모바일 게임 '라인버즐'을 선보였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 글로벌 게임시장에 재도전하면서 철저히 카카오톡의 성공을 답습하는 모양새다. 우선 모든 게임을 소셜형으로 바꿨다.

메인으로 내세운 게임 '라인팝'은 '애니팡'의 판박이 게임이다. 캐릭터만 곰·토끼·오리 등으로 바꿨을 뿐 게임 구성부터 하트·보석 등 아이템 결제 방식까지 완전히 똑같다.

게임은 NHN재팬이 직접 만들었다.
수익성이 확인되면 직접 시장에 뛰어드는 포털과 비슷한 행태다.

카카오톡은 아무리 잘돼도 게임을 직접 만들지 않고 플랫폼(유통 채널) 역할만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라인은 과거에도 '플러스친구' 등 카카오톡의 수익 모델과 유사한 서비스를 뒤따라 적용한 바 있다.

NHN 관계자는 "애니팡의 성공 모델을 참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퍼즐 게임의 유형이 대부분 비슷해서 생긴 오해일 뿐 베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IT 대기업이 온라인에 이어 모바일에서도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베끼고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직접 뛰어든다면 모바일 생태계가 고사(枯死)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