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모(30)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성추문 파문을 진화하려던 검찰의 전략이 흐트러졌다.

더 나아가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법조계 안팎의 지적에도 검찰조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억지로 법 조항을 끼워 맞춘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이다.

26일 전 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위현석 영장전담 부장 판사는 “이 사건 범죄혐의에 적용된 뇌물죄에 한하여 보면 그 범죄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어 피의자에 대한 윤리적 비난가능성에도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즉, 현직 검사가 자신이 조사 중인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 자체는 윤리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지만, 법리적으로 따져볼 때 전 검사의 비위 행위에 뇌물죄를 적용하기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형법상 수뢰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금품 또는 향응을 수수, 요구하거나 약속한 때 성립하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게 돼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전 검사가 B씨와 성관계를 맺은 것을 직무와 관련해 일종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뢰 혐의를 적용했다.

광범위한 법 해석을 통해 성관계를 일종의 향응으로 보는 판례는 있다. 공무원이 성매수를 하고 청탁자가 화대를 대납한 경우가 전형적이며, 이런 때는 성매매 자체가 뇌물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성 상납 사건에 적용하는 법 조항을 이번 사건에 대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은 사건 초기부터 나왔다.

일반적으로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하려면 대가성이 전재돼야 하는데 감찰본부와 B씨 측 변호인 등이 파악한 사실관계에 비춰볼 때 B씨가 어떤 대가를 바라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성을 제공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또 수뢰(收賂)죄와 증뢰(贈賂)죄는 대향죄(對向犯·2인 이상의 행위자가 서로 대립하는 방향으로 공동 작용해 성립하는 범죄) 관계가 성립하는 까닭에 뇌물수수자인 전 검사가 처벌대상이면 법리적으로 뇌물공여자인 B씨 역시 처벌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감찰본부는 “해당 여성을 뇌물공여로 입건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검찰이 자존심을 세우려고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하다 보니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검 감찰본부도 처음에는 전 검사에 대해 ’위계 및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또는 성폭행’이나 형법상 직권남용죄 등의 적용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제추행이나 성폭행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해야 법 적용이 가능한 친고죄인 탓에 전 검사와 B씨가 이미 민형사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이상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죄의 적용 여부도 고려됐으나 이 죄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감찰본부는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는 수뢰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은 최근 잇단 비리로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뇌물수수라는 고육지책을 내놨으나 법원의 법리적 판단에 가로막혀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할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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