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지분을 보유한 자산운용사들은 31일 강정원 회장 내정자가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강 내정자가 이사회를 통해 회장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사외이사 비리혐의 등에 대한 고강도 검사를 통해 사퇴에 이르게 한 것은 감독당국의 월권행위라는 지적이 우세했다.

최근 KB지주 주식을 보유한 20개 자산운용사는 주주총회에 상정된 강 내정자 선임 안건에 대해 전자공시를 통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들 20개사의 KB금융 지분율은 3.02%다. 현행법상 재무적 투자자인 자산운용사는 주총 5일 전까지 의견을 공시토록 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강 내정자의 사퇴는 지금까지의 선임절차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관치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법적으로 회장 선임절차에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감독당국에 미운털이 박혀서 사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KB지주는 외국인 주주들도 많은데 정부가 보유지분이 없으면서 개입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KB지주의 사외이사 제도는 나름대로 선진적이고 독립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이 사외이사 제도개선 이후에 회장 선임절차를 진행하라는 감독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이사회와 주총을 강행한 것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S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후보를 뽑은 것이지만 강 회장이 너무 서둘렀다"며 "정부의 사외이사 제도개선 이후 진행했어야 하는데 과정이 순조롭지 못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강 회장 내정자의 사퇴가 KB지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주주들이 집단 반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D증권사의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KB지주의 경영진이 우수해서 투자했다기보다는 회사 자체의 잠재능력을 높이 평가한 투자자들이 많다"며 "강 회장의 사퇴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