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동력 회복 '필요'…"사측 협상 의지 부족"



전주시내버스노조가 지난 7월 3일 업무복귀를 선언한 지 150일만인 29일 기습파업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소속 전주시내버스 5개사 노조원 200여명은 이날 오전 4시부터 기습 파업에 들어갔고 모든 행정기관은 비상근무체계를 갖추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전주시와 시민, 경찰 등은 이들의 예고되지 않은 파업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민노총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는 이날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파업을 이어가겠다"며 파업 의지를 밝혔다.

이들이 기습 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버스 파업 끝나지 않았다" = 전주시내버스노조가 '기습 파업'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전주시내버스 파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전주시내버스노조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습 파업을 시작한 데 대해 "외부에서는 전주시내버스 파업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노총 노조가 소수가 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파업 이유를 밝혔다.

전주시내버스노조는 지난 7월 3일 112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했다.

당시 노조가 파업 복귀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장기간 이어진 파업으로 노조원들의 생계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전주시와 사측이 대체 근무자와 대체 버스를 투입하면서 파업 효과 역시 시들해졌다.

이에 따라 전주시내버스노조는 사측의 성실교섭을 약속받고 집행부 20여명을 제외한 노조원들의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업무 복귀 이후 버스사업을 관리감독하는 전주시와 정치권 등은 버스 파업이 종결된 것으로 보고 버스문제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노조의 업무복귀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8월에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전주시내버스 파업이 해결됐다'라는 의미의 메시지를 남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파업 동력 회복 '필요' = 기습 파업의 또 다른 이유는 파업 동력 회복에 있다.

7월 3일 업무복귀 이후 전주시내버스노조 집행부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삼보일배(三步一拜) 투쟁을 진행했다.

하지만 전주시와 사측은 안정세에 접어든 파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난 12일에는 전주시청 광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으나 이 또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투쟁이 장기화 되자 노조원들의 이탈도 점점 늘어났고 파업 동력 역시 줄어들었다.

전주시내버스노조 입장에서는 외부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다시 한번 힘을 모으는 계기가 필요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일련의 사태들이 이번 '기습 파업'으로 표출돼 나타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단체협상 = 노조의 업무복귀의 첫 번째 조건은 '사측의 성실한 단체협상'이었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복귀한 뒤 사측은 단체협상은 뒷전이고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을 회유하는 데 집중했다.

노조 집행부는 삼보일배와 천막농성투쟁 등 여러 투쟁방법을 동원했지만 20여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사측을 압박할 수 없었다.

버스사업을 관리감독하는 전주시 역시 전주시내버스노조의 투쟁을 겨냥한 악질 민원인의 전주시청 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등 단체협상 체결에 대한 노력 대신 사측의 편에 서는 듯한 제스쳐를 보였다.

남상훈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장은 "단체협상이 체결될 때까지 기습 파업을 무기한 진행하겠다"며 "사측이 약속한 성실교섭을 이행하고, 전주시 역시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으면 파업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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