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일로영일(一勞永逸)' 행보를 시작했다.

   전날 2009년의 마지막날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와 확대비서관 회의 등을 주재한 데 이어 2010년의 첫날도 아침 일찍부터 쉴틈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일하는 한해'를 예고한 것.

   중국 북위(北魏)의 학자 가사협의 저서 제민요술(濟民要術) 등에 나오는 문구인 `일로영일'은 "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는 뜻으로, 청와대가 올해를 상징하는 화두로 선정한 사자성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국무위원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헌화, 분향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0년 새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현충탑 참배에 이어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찾아 분향, 참배했다.





   현직 대통령이 새해 첫날 전직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각각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의 주역들인 3명의 전직 대통령들에게 예를 갖추고 새해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한 취지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현충문 옆에 비치된 방명록에 남긴 "일로영일(一勞永逸)의 마음으로 나라의 기초를 튼튼히 닦겠습니다"라는 신년 메시지를 통해 올해의 각오를 다졌다.







   이어 이 대통령은 참배를 함께한 인사들과 청와대로 이동, 관저에서 떡국으로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새해 새 출발을 다짐한 뒤 곧바로 올해 `제1차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전날 밤 올해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하고 노동관계법도 이날 새벽에 처리됨에 따라 관련법안을 조속히 심의, 의결함으로써 곧바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환담하며 현충원 참배에 언급, "금년에 정말 선진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조상들이 보살펴 달라는 마음으로 갔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 예산안 통과에 대해 "중요한 대목에서 (여야가) 격렬하게 (충돌)하지 않는 것을 보니까 국회가 성숙단계로 가는 것 같다"면서 "그런 계기로 국회가 올해 선진화될 것 같다. 그런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회가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니 알뜰하게 잘 써서 금년 상반기에 작년과 같은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이석연 법제처장은 "1월 1일에 국무회의를 하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한번 찾아봐야겠다"고 말했으며, 이에 이 대통령은 "안 봐도 나는 알겠다. 누가 1월 1일에 국무회의를 하겠느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법안 심의를 마친 뒤 예정에 없이 `즉석 결재'를 제안해 회의장에서 갑자기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의를 마친 법안을 회의장 노트북 PC의 모니터를 통해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결재하고 이를 정운찬 국무총리가 다시 결재한 뒤 이 대통령이 전자 서명을 통해 재가를 하는 절차를 그 자리에서 마무리한 것.



   이 대통령은 결재를 마친 뒤 "효과적인 결재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빨리 결재하고 빨리 결정하고 하면 올해도 일이 효과적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2009년 어려운 한해를 국민 모두가 합심해서 비교적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국무위원과 전 청와대 수석을 대신해서 모든 국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한해를 성공적으로 보내면서 혹시 국무위원 등 공직자들의 긴장이 풀릴까 걱정된다"면서 "다 잘됐다고 해서 너무 일찍 긴장이 풀리면 안된다. 상반기까지는 더 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이 대통령은 "작년 한해 각 부처가 협력하는 데 있어 많이 개선됐으나 부족한 면도 있었다"고 지적한 뒤 "99%의 일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어도 1%의 협력을 받아야 완성이 가능하다"면서 "각 부처가 더 적극적으로 서로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올해도 현장을 확인하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부가 되도록 모두가 나부터 열심히 한다는 `미 퍼스트(me first)' 정신을 갖고 노력해 달라"면서 "대통령인 나부터 작년보다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무회의를 마친 뒤 이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활동중인 청해부대 부대장인 김명성 대령, 강원도 화천 GOP(일반전초) 부대의 대대장 권용배 중령, 보건복지가족부 129콜센터의 유원영 상담원, 라오스에서 봉사활동 중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대학생 봉사자 이미정 씨 등에게 전화를 걸어 새해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최근 부친상을 당하고도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인도양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청해부대 이환욱(21) 하사와 전화통화를 하고 "훌륭한 아버지에 훌륭한 아들"이라며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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