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오히려 인상, 마른하늘에 날벼락

지난 3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오는 12월 22일부터 새로운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법 시행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카드수수료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가맹점들에서 불만의 목소리들이 봇물처럼 일어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80% 이상, 소액 카드결제가 많고 불황을 겪고 있는 소형 동네약국, 서점, 슈퍼마켓, 식당, 안경점, 제과점의 경우 기존 카드수수료보다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카드수수료율 체계로 90% 이상의 가맹점이 혜택을 받게 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매출액이 갓 2억원을 넘었다는 이유로 수수료가 인상되고 있거나 인하 효과가 미흡한 수준이다. 카드수수료 차별로 고통받았던 중소영세상인과 중소형 가맹점의 한숨을 덜어주려던 입법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골목경제 진입과 높은 카드수수료

현재 소상공인들은 계속되는 경제 불안 속에서 겨우 연명만 하고 있고, 대형마트와 SSM의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침투로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익 중 70%를 차지하는 중소가맹점들은 2.5~4.5%의 높은 카드수수료로 차별받아왔다.

12월 22일 새로운 카드수수료 체계 시행을 앞두고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은 소상공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상대적 약자인 소상공인, 외식업계를 비롯한 서민업종에만 유독 큰 차별과 부담을 지우는 일은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의 건강권까지 위협하는 동네 의원과 약국의 높은 카드수수료

의료 접근성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1차 의료를 담당해야 할 동네 병의원, 동네 약국이 사라지고 있다. 2010년 한해 1,559곳의 동네 병의원이 폐업했고, 1,674곳의 약국, 737곳의 치과, 842곳의 한의원이 문을 닫았다. 중소 병의원·약국들이 국민의 1차적인 건강을 책임지고 있음에도 적자 경영으로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병의원의 경우 최고 98%, 약국 70%에 달할 정도로 카드 결제율이 절대적으로 높아 더 이상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신용카드 수수료가 더욱 높아지면 경영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국민의 의료복지를 도모하는 것은 물론 고사하고 있는 일차의료 회생을 위해서는 동네 병의원, 치과, 한의원, 약국의 카드수수료 인하는 반드시 관철되어야 할 것이다.

지식정보사회의 근간, 출판·서점계를 흔드는 높은 카드수수료

지금 출판·서점계는 새로운 정보기술의 영향 등으로 인한 사회적 환경 변화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줄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불합리하게 부과되었던 3%의 높은 카드 수수료 부담은 출판·서점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액 중 카드 매출액이 80% 이상이고, 그에 따른 제반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현행 카드 수수료율은 출판·서점계에 치명적인 위협이다. 출판·서점계의 붕괴는 우리 민족의 문화적 자부심과 그 정통성의 토대마저 흔드는 것이다.

카드수수료 오히려 인상, 마른하늘에 날벼락

소상공인, 동네 병의원·약국·한의원, 출판·서점계 등 중소형 가맹점들은 카드수수료가 떨어질 것으로 학수고대하다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소상공인·음식업계·의료계·출판서점업계 등에서는 정부와 카드사들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 카드사들은 지난해 8조 5천억원대의 가맹점 수수료 수입을 거뒀고, 올해는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진입으로 골목경제는 씨가 마르고 자영업은 속절없이 붕괴되고 있는데도 카드사들은 자기 곳간 늘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는 서민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다.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실질적인 카드수수료 인하가 이루어질 때까지 중소기업중앙회,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동네 의원·약국·한의원 등 의료계, 출판·서점계 등과 함께 힘과 의지를 모아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2012년 12월 3일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의원 모임 
대표 김영환, 국회의원 강기정, 권은희, 김성곤, 김태원,
백재현, 이찬열, 이춘석, 전병헌, 정호준, 주승용(가나다순)

중소기업중앙회,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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