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투표 부정행위로 취소된 데 이어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도 부정행위 시비가 발생,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평소 '민주주의' '참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전교조가 정작 자신들의 선거에서 불법 행위를 저질러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는 5~7일 열리는 제16대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는 기호 1번 황호영(위원장)·남궁경(수석부위원장) 후보와 기호 2번 김정훈·이영주 후보가 출마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교조는 위원장 후보와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동반 출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정행위 시비는 기호 1번 황 후보의 선거운동 본부 핵심 관계자가 기호 2번 김 후보 측의 선거 공보물을 전교조 중앙선관위 제출 전에 불법으로 입수해 선거운동 관계자들과 돌려본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전교조 상근자가 지난달 12일 1번 후보의 공보물을 제작하는 기획사에 들렀다가 기획사 컴퓨터 홈페이지에 저장된 2번 후보 측 공보물을 보고 선관위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중앙선관위는 진상 조사를 벌인 후 "선거 규정 위반이며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불법 선거운동으로 판단한다"며 1번 후보에게 벌칙을 부여했다.

벌칙은 경고장과 사과문을 전교조 홈페이지에 올리고, 조합원에게 불법 행위를 알리는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었다.

황 후보는 지난달 26일 전교조 홈페이지에 "선거 운동원이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한다"며 "상대 선거공보 초안을 참고하지는 않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전교조 중앙선관위 조사에서 김 후보 측 선거 공보물이 누구를 통해 유출됐는지가 밝혀지지 않자 조합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사건을 맡은 한 중앙선관위원이 사실 관계 규명을 못 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는 전교조 중앙선관위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중앙선관위는 사실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사건을 유발한 측 의견에 중심을 두어 (처리방안을) 결정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전교조 조합원들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도덕성이 생명인 노동단체 선거 후보가 상대방 공보물을 빼돌려 봤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전교조 조합원은 전교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전교조 도덕성이 이 정도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과하면 끝? 이게 전교조가 말하는 도덕성이며 이렇게 하고도 아이들 앞에서 당당한 전교조 교사냐"고 말했다.

전교조 집행부는 3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 황 후보는 새로운학교특별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 지도부 노선을 계승하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기호 2번 김 후보는 전교조 전북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지도부 교체를 내건 '강경파'로 평가받는다.

앞서 민주노총은 이달 11일로 예정됐던 차기 위원장 선거를 지난달 30일 취소했다. 10월 말 민주노총은 위원장 선거 방식으로 현행 간선제를 3년간 유지하는 안(案)에 대해 대의원들이 투표를 해 가결시켰다.

그러나 이 투표 과정에서 대리·부정 투표가 발생한 점이 확인돼 투표 자체가 무효가 됐다. 투표 결과에 따라 간선제로 치르려고 했던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도 결국 취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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