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 후보의 격돌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조연으로 전락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대통령후보 첫 TV 토론회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거칠게 몰아세우며 토론장을 휘저었다.

박-이 후보의 격돌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조연으로 전락했다.

현재 이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1% 안팎에 불과하지만, 토론회 테이블에선 ‘양강 후보’인 박-문 후보와 동등한 발언권이 주어졌다.

이 후보의 공격은 정공법이 아니었다.
상대 후보의 발언 중 끼어들기와 말허리 자르기 등 거친 태클을 사용했다.
박 후보의 답변 중에도 “됐습니다”, “알겠습니다”라며 가로막았다.
사안을 가리지 않은 무차별공세로 사회자로부터 “죄송하지만 주제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 후보는 박 후보가 “나중에 후보 사퇴하게 되면 국고보조금을 그대로 받는데, 도덕적 문제가 있다. 단일화를 주장하면서 토론회에 나온 이유가 있나”라고 묻자

“박 후보가 궁금한가 본데, 박 후보를 떨어뜨릴 거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말해 박 후보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겨냥, “충성 혈서를 쓰고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바로 한국이름 박정희다. 해방되자마자 쿠데타로 집권했고, 매국 한일협정을 체결했다. 또 유신독재의 철권을 휘둘렀다”고 원색 비난했다.

이 후보는 권력형 비리 근절방안과 관련, “박 후보는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당시 강남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6억원을 받았고, 박 전 대통령이 장물로 빼앗은 정수장학회를 물려받았다”며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정치혁신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 새누리당은 없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해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들과 살 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배려하는 차원에서 준다고 했을 때,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받았다”면서 “그것은 나중에 다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심한' 이정희, 마무리 발언 대신 박근혜 발언 총정리

이 후보는 박 후보에게 “유신독재의 퍼스트레이디가 청와대에 가면 여성대통령이 아니라 여왕이 된다”며 “(박 후보는) 빵 없으면 과자 먹으면 된다고 말했던 마리 앙트와네트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또 “뿌리는 숨길 수 없다. 박근혜-새누리당이 한미FTA를 날치기해서 경제주권을 팔아넘겼다”며 “대대로 나라주권 팔아먹는 사람들이 애국가를 부를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파상공세에 박 후보는 “이 후보는 오늘 아주 작정을 하고, 네거티브를 해서 박근혜를 내려 앉혀야 한다고 토론에 나온 것 같다”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박 후보가 자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이름을 잘못 지칭한 것을 두고 “토론회의 기본적인 예의와 준비를 갖춰줬음 좋겠다”며 “우리당 의원의 성함은 김석기, 이재연 의원이 아니고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미안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마무리 발언도 준비된 연설 대신, 이날 박 후보의 발언을 총정리 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박 후보가 한 말 중 세 가지를 확인하겠다”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선 전에 처리하라. 또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원을 사회환원 하겠다고 했는데, 대선 전에 하라. 측근비리 고리를 끊으려면 비리가 생겼을 때 본인이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 후보는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각각 소감을 밝혔다.
박 후보는 “토론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고,
문 후보는 “토론이 잘 안됐다. 우선 토론이 더 많아야 한다. 우리가 TV토론을 하자고 하고 방송사에서도 하자고 하는데 박 후보가 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가) 공격을 받아야 마땅한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의 존재감이 미약했다’는 지적에 대해 특별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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