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정치가 얼마나 잘못됐으면 ‘정권교체’가 대통령 선거의 모토가 되어 민심을 좌우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겠습니까!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심각하게 따져보고 싶은 것은 어느 정권이 어느 정권과 교체를 해야 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겁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상과 이념을 표방하는 정치세력도 다 포섭했다고 자부하는 민주통합당과의 대결을 정권교체라는 명목하에 관전하라는 것입니까, 아니면 이승만‧박정희의 자유당‧공화당과 김대중‧노무현의 새천년민주당의 대전을 시도하겠다는 것입니까. 정말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정권교체’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 발상입니다. 오늘 새누리당의 우두머리가 이명박이 아니기 때문에 정권을 잡고 있지도 않은 새누리당에게 정권을 내놓으라고 대드는 것은 무리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대국적 입장에서 이번 대선을 이승만‧박정희 대 김대중‧노무현의 대결로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경제도 이랬고 정치도 어지러운 우리들의 현실을, 있을 수도 없는 ‘정권교체’라는 엉뚱한 구호로 호도하는 정서 불안한 그 자들이 얄밉습니다. 유권자인 국민을 향해, 이승만‧박정희의 업적과 김대중‧노무현의 업적을 각기 묶어서 저울에 달아보고 투표장으로 가라고 권하는 것이 ‘정권교체’를 부르짖는 것보다 훨씬 양심적인 처사일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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