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오후 5시20분쯤 서울 강남 코엑스를 방문하자 주변 분위기가 일순간 술렁였다.
안 전 후보가 50분 가량 코엑스에 머무는 동안 시민 5000여명이 그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대부분 20대인 이들은 안 전 후보와 악수를 하고 휴대폰으로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했다. 안 전 후보는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해주세요”, “꼭 투표해주세요”라고 당부했고 몇몇은 “민주통합당을 찍을 게요”라며 안 전 후보를 응원하기도 했다.

안 전 후보는 몰려든 인파로 인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해 캠프 관계자의 무동을 세 차례나 타고 손을 흔들었다.

몰려든 인파 사이에서 안 전 후보를 수행한 측근들은 코엑스 방문 행사가 끝난 뒤 모두 탈진된 상태였다.

이날 서울은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몰아닥쳤지만 이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코엑스의 한 경비원은 “코엑스몰이 생긴 이래 서태지 이후 이런 인파는 처음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엑스를 방문 하기 전 오후 4시쯤 대학로에 방문했을 때는 그가 30분간 머무는 동안 3000여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안 전 후보는 8일에는 과천, 수원, 산본, 안양, 광명, 인천 부평 등 경기도 7곳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하며 문 후보 지원활동을 한다.



안 전 후보의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의 투표율이 이번 대선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야권 지지 성향이지만 정치에 관심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2030세대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문 후보측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2030세대 유권자는 1548만명이다. 20대가 732만8000명, 30대는 815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계층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투표율이 각각 49.9%(20대)와 54.9%(30대)에 그쳤다. 63% 수준이었던 전체 투표율보다 10%포인트 가량 낮았다.

전문가들은 이들 세대의 투표율이 약 10%포인트 가량 높아질 경우 야권에 유리한 지형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30세대 투표율 상승으로 유입된 표가 문 후보에게 몰리면 현재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약 4% 가량 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가 이날 선거지원 활동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를 언급하지 않고 투표 독려를 외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는 7일 대학로와 코엑스에서 “12월19일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거일”이라며 “모두 시민의 의무로서, 권리로서, 축제일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8일 과천, 수원 등지를 방문해서는 “혹시 주위에서 제가 사퇴해서 투표안하시겠다고 하시는 분이 계시면 꼭 투표해주시라고 꼭 말씀해주시기를 바란다”면서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해 꼭 투표참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사람의 힘’ 이용해 진심 전달한 安

안 전 후보측은 문 후보 지원활동을 통해 ‘새정치’에 맞는 선거활동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안 전 후보가 반값 선거운동 제안을 했을 때 기획됐던 선거운동 방식을 중심으로 지원활동를 펼치고 있다. 안 전 후보가 대학로 방문 때 “새 정치를 위해서 제 한 몸바치리라 다짐했다”면서 “앞으로 민생을 해결하는 새로운 정치, 정치개혁, 정치쇄신을 위해 이 몸 바치겠다”고 강조한 것도 정치혁신에 대한 열망이 높은 이들의 정서를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후보는 이날 기계가 아닌 사람의 힘에 의지해 문 후보 지지활동을 했다. 안 전 후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안 전 후보를 수행했던 허영 전 수행팀장 등 측근들이 입을 모아 안 후보의 말을 외쳐 메시지를 전달했다. 안 전 후보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요청이 나오자 캠프 측근들이 즉석에서 안 후보를 무동을 태우기도 했다.

이같은 유세 방식은 마이크 등을 쓸 수 없는 선거법상 제약 때문이기도 했지만 유권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truthtrail)에서 “선거법의 제약을 뚫고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희한한 놀이문화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이날 안 전 후보의 지원활동에는 박선숙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조광희 비서실장, 강인철 법률지원단장, 박인복 국정지원실장, 김인현 분석대응실장, 한형민 공보실장, 정연순 대변인 등 캠프 출신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코엑스 방문 때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함께했다. ‘팀 안철수’가 완벽하게 재가동했음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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