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최근 발표한 농업정책 대선공약 가운데 농축산물 유통구조 3단계 단순화를 발표한 가운데 이미 산지직거래를 통해 3단계 유통단계 혁신을 이룬 ‘종로상회’의 사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19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토론회에 참석, ‘행복농업’ 5대 대선공약을 발표했다. 5대 공약은 ▲ 농업직불금 확대 ▲ 농자재 가격 안정 ▲ 안전재해보장제도 도입과 재해보험 확대 ▲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 농업경쟁력 강화 로 구성돼 있다.

박 후보는 특히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기 위한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공약에 대해 현재 “농축산물의 유통단계가 복잡해서 생산자들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면서 “농축산물의 유통구조를 현행의 생산자, 수집상, 도매업 등으로 구성된 6단계에서 생산자, 협동조합 등의 생산자 단체와 소매점의 3단계로 단순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 ‘종로상회’(www.jongrofc.com, 대표 박정인)는 2010년 3월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래 국내산 돼지고기 ‘산지직거래’를 통한 유통단계 축소로 가격경쟁력을 강화, 현재 전국적으로 70여 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종로상회의 사업적 노하우의 핵심은 ‘산지직거래’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100% 국내산 돼지고기로는 가맹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국내산 돼지고기는 수입산에 비해 맛과 품질, 신선도와 안전도 면에서 수입산을 압도하지만 수입산 돼지고기가 워낙 싼 데다 우리 국민들이 즐겨먹는 삼겹살도 수입산과의 가격경쟁력에서 한참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상승의 주 원인은 복잡한 유통과정과 많은 유통비용 때문이다. 이번 달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발간한 “2012 축산물 유통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산 돼지고기는 짧게는 3단계, 길게는 7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친다. 일반 농산물보다 유통단계가 많고 복잡하며 각 유통단계마다 관계하는 주체가 많고 영세하여 유통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품평원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사업초기 종로상회는 가격경쟁력을 확보가 사업의 관건으로 보고 산지직거래를 통해 활로를 찾아야 했다. 먼저 양돈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6개월 된 비육 암퇘지들을 사들였다. 직접 구매한 돼지들은 다시 도축가공업체에 맡겼다. 부위별로 가공 포장된 돼지고기를 파주와 부산에 있는 직영물류센터를 통해 전국 가맹점에 직접 배달했다.

처분이 힘든 내장과 돼지피와 소비자가 잘 찾지 않는 뒷다리살 등은 관련 전문업체에 판매했다. 그 판매비용은 도축 및 가공비용으로 사용됐다. 게다가 일일유통시스템을 도입, 매일 생고기 형태로 가맹점에 배달해서 신선도 높은 돼지고기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해서 산지농가 -> 도축가공업체 -> 가맹점에 이르는 유통과정을 완성, 최대 7단계에 이르는 유통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유통비용도 대폭 감소했다. 거래하고 있는 산지농가들의 경우, 종로상회에서 요구하는 돼지두수에 따라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종로상회는 12월 13일 현재 돼지 생고기 1Kg당 9,500원 선에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시중에서 살 수 있는 국내산 돼지고기 보다 최대 30% 가량 싼 가격이다. 종로상회의 현재 1인분 돼지 생고기 가격은 6,900원이다.

종로상회의 성공사례를 통해 산지직거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 국내 양돈산업은 공급과잉과 불경기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의 값이 큰 폭으로 떨어져 지난 10월 한 때 Kg당 2,800원 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경상대 축산학과의 주선태 교수는 “국내산 돼지고기는 수입산에 비해 월등한 맛과 신선도, 안전성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 받아왔으나 산지직거래의 활성화를 통한 유통단계 축소로 돼지고기의 가격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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