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유권자'에게 묻는다!

이번 대선에서 그야말로 언론은 수많은 여론 조사 결과를 쏟아냈다. 그러나 언론사별로 조사 결과가 상이하게 다르게 나타나면서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채질했다. 중앙뉴스는 여론조사와 관련하여‘여론조사 무용론’을 제기하는 의견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여론조사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보인 양쪽의 주장을 살펴보기로 한다.

여론조사 무용론이다. 우선 여론조사는 경우에 따라‘여론조작’ 도구로 악용될 우려 크다고 할 수 있다.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가 하면 지원하는 언론사의 충성경쟁을 위한 조사도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어 여론조사보도에 엄격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올 한해는 총선과 대선이 겹쳐 그야말로 선거로 몸살을 알았던,그래서 더욱이 여론조사기관들이 분주했던 한해다. 조사하는 미디어도 많아지고 조사방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음에도 조사의 정확성은 결과를 볼때 점점 더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올해 제18대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사실상 ‘공해’를 넘어 날치기 수준이었다.

상황과 조건은 비슷 했지만 조사 결과는 각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결과는 상이하게 드러나 보였다. 후보 지지도, 정당 지지도, 예측조사, 출구조사 등 방식은 다양하게 다 동원했지만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선거 관련 정보 제공을 위한 여론조사라기보다는 각 언론사가 유권자를 겁박하거나 줄대기 위한‘충성경쟁’을 보여주기위한 조사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선거 시기에는 언론사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여론을 조사하여 발표하는 것은 필요하다. 문제는 정확도와 신뢰성이다. 언론사의 부정확한 여론조사 보도는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에 잘못된 정보로 인해 분위기에 휩쓸려 투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차 범위안에서 승패가 좌우되는 선거에서 잘못된 여론 정보로 인해 특정후보가 반사 이익을 통해 당선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이유로 공직선거법에서는 언론사의 여론조사 보도에 대하여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의 공직선거법 제108조 5항을 보면 조사의뢰자와 조사기관, 피조사자 선정방법, 표본 크기, 조사 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질문 내용, 표본오차 보정 방법 등을 함께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제256조) 올해 총선·대선과 관련한 언론사의 여론조사 보도를 보면 공직선거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일부 언론사의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무엇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여론조사 자체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갈수록 조사분석과 관련하여 다양한 기법이 발전하고 도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와 같은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여론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강화에 따른 누적 표본산정의 어려움, 무작위 전화번호를 축출하여 일방적인 유선전화 중심 조사의 한계, 감청과 사찰이 가능한 억압적 사회 분위기에 따른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들의 거짓 응답 추세, 100명중 20여명 안팎에 불과한 낮은 응답률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비단 이번 선거를 치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의 일반적 추세라고 보아야 한다.

모든 언론사는 저비용으로 남보다 먼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싶어 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문제가 될수밖에 없다. 표본수 확대, 표본의 대표성 강화, 응답률 제고, 과학적 보정 등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위탁을 의뢰받은 조사기관도 한계를 드러내는 것은 주어진 비용과 시간 범위에서 정확하고 발빠른 조사를 진행하기가 점점 갈수록 어렵다는 것이다.

‘여론 조작’은 이제 사회적으로 규제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보도 요건 위반에 대한 징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6일로 돼 있는 여론조사 발표금지(블랙아웃) 기간도 더 늘려야 애초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유력 언론사의 공신력 없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결과적으로 대의제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여론은 민심이다. 민심을 얻고자 하는 것은 모든 정치인들의 욕망이다. 문제는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여론 ‘조작’이나 국민 ‘겁박’도 불사한다는 데 있다.

올해 유력 언론사의 경쟁적으로 발표한 무책임한 선거 관련 여론조사 보도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오히려 후퇴시키는  결과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한다. 결국 정확하지도 않은, 충성심에서 나오는 여론 조사야 말로 유권자를 우롱하는 행위의 일부라고 보는 학계의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편 여론조사 규제는 국민 알권리 막아서는 안된다는 다수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유권자의 판단의 기준은 유권자 스스로 한다고는 하지만 여론의 동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유권자의 눈과 귀를 다 막고 선거를 치룰수 밖에 없어 민심이 왜곡될 소지가 높다는 의견도 팽배한 상태다. 오히려 여론조사 발표금지 기간 조차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여론조사는 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다. 언론은 매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대선 향방을 점치기에 바빴고, 정치권도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희일비를 거듭했다. 유권자들 역시 스스로가 만들어낸 여론조사 지지율 그래프의 등락을 보며 급변하는 민심의 흐름을 저울질 했다.

이번 대선에서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하나 둘씩 튀어 나왔다. 일단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여론조사마다 결과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보는 지적이다. 실제로 1위와 2위 후보 간 격차가 크게는 6% 이상 차이를 보이기도 했고, 후보 간 지지율 순위가 뒤바뀐 조사 결과가 같은 날 발표되어 유권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적도 있었기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여론조사 자체보다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에 더 큰 책임이 크다고 볼수있다. 어떤 여론조사든 정확한 결과를 예측해 낼 수는 없기에 반드시 오차범위라는 것을 명시한다. 오차범위 이내의 격차라는 것은  사실상 통계적으로 볼때 큰 의미가 없는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소수점 수치까지 따지며 앞다투어 우열과 순위를 정해 보도한다. 정작 문제는 언론의 이런 경마식 보도에 있는 것이지 여론조사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적은 여론조사가 미칠 영향력에 대한 우려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이후 여론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행위자 역할을 수행하게 마련이다. 밴드왜건 효과와 언더도그 효과가 그것이다. 밴드왜건은 다수의 여론에 편승하는 사람들의 심리이며, 언더도그는 반대로 약자에게 쏠리는 관심을 말한다. 어느 쪽이 됐건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한쪽으로 몰리게 만들어 여론의 왜곡 현상을 초래한다는 비판이다. 선거법에서 D-6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조항을 두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것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가 이후의 여론 동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문제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여론이란 나의 신념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서로 공유되고 확인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수의 여론 지형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더욱 공고히 하거나 혹은 신념을 바꾸는 과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여론 형성의 과정일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행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조항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D-6일 이후부터 이뤄지는 최신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권과 언론사가 독점하고 있는 반면 정작 주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들은 예전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받아 표심을 행사한다. 참으로 부조리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돌발 변수들이 튀어나와 여론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조항이야말로 오히려 여론을 왜곡시킬 위험이 크다.

선거 기간 중에는 다른 어느 때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한층 더 보장되어야 한다. 후보자 정보나 정책에 대한 알 권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여론 동향에 대한 알 권리다. 지금 여론조사 말고 이를 온전히 충족시켜주는 다른 유용한 수단이 과연 또 있을지가 궁굼한 이유다.

이와같이 학계의 전문가들 역시 여론조사가 유권자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하여 찬성과 반대가 분명하게 갈려져 나타나고 있다.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현실에서 어느쪽도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분명한 것은 선택은 분명히 유권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각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발표는 그저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이지 결코 그것이 전체적인 결과의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로 해석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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