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억 갚아라”…노조탄압 중압감 크게 작용

▲ 지난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강서씨의 빈소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노동자 자살사건과 관련,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고있다.

게다가 대선이 끝난지 열흘도 안 되는 기간에만 4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8대 대선 이후 노동자들의 죽음은 지난 21일 오전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시작됐다.

정리해고 됐다가 복직한 후 다시 무기한 휴업상태로 내몰린 최 모씨가 오전 8시30분께 한진중공업 노조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최씨는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또 5년을…”이라는 유서를 자신의 휴대폰 메모에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인 22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는 8년 전 동료 하청 노동자의 자살을 곁에서 지켜봤던 사내하청 해고자 이 모씨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오전에는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활동가 최 모씨가 서울 도봉동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성탄절인 25일에 한국외대 노조지부장 이 모씨가 노조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연이은 노동자 자살…왜 끊이지 않는가?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1주일도 안돼 4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민주노총측은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에 고통받던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 비정규직의 차별에 시달리던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이운남, 청년활동가 최경남, 노조탄압의 중압감에 시달리던 외대노조 위원장 이호일의 죽음이 의미하는 것은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절망감”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 노조사물실에서 스스로 목을 매고 목숨을 끊은 최 씨는 정리해고 뒤 재취업했으나 강제로 무기한 휴업자가 됐다.

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긴 유서에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158억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 여지껏 어떻게 지켜낸 민주노조입니까?”라는 말을 남겼다.

이에 최 씨의 누나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고 최강서의누나입니다. 누이 복직해따ㅎ 이렇게문자보내고 몇 시간만에 무기한휴업?이라며 크고 넓은 어깨가 축 쳐져 들어오던 모습이 선합니다. 동료들이 떠날 때마다 술잔 기울이며 속상해하던 모습.. 그때 따뜻하게 어깨 두드려주지못해 속상합니다. 평생 가야 구경도 못해볼 158억! 얼마나무거웠을까요? 그립다”라는 글을 게시하며 최 씨의 자살을 외부에 알렸다.

이와 관련, 지난해 정리해고 철회 문제로 노사가 대립한 뒤 한진중공업 사측은 한진중공업지회에 손해배상 158억 원을 청구한 바 있다. 올해 9월에는 조합원 과반을 획득한 제2노조가 단체교섭권을 넘겨받았다.

“개인적 사유다” VS “아니다” …첨예한 대립

한진중공업측은 정리해고자였던 최 씨의 자살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가 요청한 교섭을 거부했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 25일 사측에 ‘최강서 열사 대책 관련 교섭’을 진행하자며 공문을 보내고, 예고된 26일 회사 출입을 요구했지만 정문에서 가로막혔다.

이날 한진중공업측은 교섭위원 출입을 허용하는 대신 “(최강서 씨의 자살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이라며 “노사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어 교섭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공문을 정문 앞에서 금속노조에 전달했다.

또 “금속노조에는 교섭 대표권이 없고, 노조 조합원 사망 대책은 단체교섭사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교섭 거부 사유로 거론했다.

한진중공업측은 “유족과 개별적인 협의는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유족 측은 고인과 관련한 모든 교섭을 금속노조에 위임한 상태다.

이에 금속노조는 “유가족으로부터 교섭 위임장을 받은 금속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는 회사의 행위는 최강서 열사, 유가족, 노동자들을 정면으로 모욕하는 파렴치한 행위”라며 “회사는 교섭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와 부산지역 20여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진중공업 자살노동자 투쟁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최씨의 자살과 관련해 사측의 교섭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투쟁대책위원회 소속 노동자와 시민단체회원 700여명(경찰추산)은 이날 부산역 광장에서 투쟁결의문을 낭독하고 1시간가량 집회를 열고서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으로 도보로 이동하며 길거리 행진을 벌였다.

계속되는 자살…막을 수는 없을까?

민주당은 최근 “노조에 대한 158억원의 손해배상 가압류 등으로 인한 압박으로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강서씨 사건으로 다시 불거진 한진중 문제에 대해 시당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려고 대책위를 구성했다”고 밝히고 비대위를 구성했다.

또 민주노총 비대위 지도부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정부의 조속한 노동현안 해결을 촉구하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연이은 노동자의 자살사건에 대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모양새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한광옥 국민대통합 위원장은 28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계속된 노동자 자살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당선인도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노동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나 자신이 분향소 및 장례식장, 송전철탑 농성현장 방문계획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고 “그런 계획을 미리 얘기하는 것보다 큰 틀에서 말씀드린 대로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지난 27일 최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드린다”는 글을 게시했으며, 최 씨의 빈소에는 한명숙 전 총리, 박영선, 김현미, 정봉주 전 의원의 발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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