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이 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년에 처리되지 못하고 해를 넘기면서 심야에 여야가 긴박히 움직였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양당이 이날 오전 1시30분께 각각 긴급의총을 소집한데 이어 여야 원내대표가 강창희 국회의장 주재로 4차례나 협상을 벌이는 등 역대 국회에서도 보기드문 이례적 상황이 전개됐다.

여야는 이날 밤을 꼬박 새우고 오전 6시 4분에서야 본회의에서 2013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안 투표 결과 재석 273명에 찬성이 202명에 그쳤고 반대가 41명, 기권이 30명에 달한 것도 진통의 결과였다. 외견상 여야의 합의처리였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이날 새벽 막판까지 합의처리의 걸림돌이 된 사안은 제주해군기지 예산안 문제였다.

12월31일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342조원의 예산안이 통과될 때만 해도 이날 자정께 본회의 통과는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제주해군기지 예산안 문제도 여야가 합의를 이뤄놓은 상황이었다.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는 오후 11시 10분께서야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나, 제주해군기지 예산안의 부대 의견을 놓고 문제가 제기되면서 회의가 지연돼 본회의로 넘기는데 시간이 걸렸다.

결국 본회의가 자정을 4분 남기고 열려 예산안의 연내 처리는 끝내 불발됐으나 곧바로 차수가 다음날로 변경돼 본회의가 이어지면서 예산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여야가 합의한 제주해군기지 예산안의 부대 의견에 대해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예산안 처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예결특위 전체회의와 동시에 진행된 민주당 의총에서 여야 합의안에 대해 제주지역 의원들과 일부 시민사회 출신 초선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자, 공사 중단 기간을 두는 방향으로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수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안을 놓고 새누리당 이한구,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강창희 국회의장 주재로 협상을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새누리당 측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요구하며 압박했으나 강 의장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 처리가 당초 예상처럼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자 새누리당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근혜 정부’ 첫 살림살이가 될 예산안 처리부터 삐걱거리게 된데 따른 당혹감도 감지됐다. 일각에서는 “의원들의 지나친 지역예산 민원으로 예산안 처리가 늦어진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도 여야 합의처리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우려를 표명하면서, 전날 예산안 합의가 늦게 이뤄져 충분한 검토를 하는 데 시간이 촉박했던 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여야는 세부 예산 조정을 오후에서야 끝내 기획재정부가 예산안 집계 자료를 오후 8시나 돼서야 국회에 제출해 연내 처리가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은 각각 오전 1시 30분께 의원총회를 소집했고, 이 무렵 여야 원내대표는 또다시 강 국회의장의 중재로 회담하는 등 2차 절충에 나섰으나 10분만에 무위로 끝나는 등 진통을 거듭했다.

결국 여야는 기존 부대의견에 명시된 3개항의 합의 사항에 ‘3개항을 70일 이내 조속히 이행,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후 예산을 집행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것으로 절충안을 도출하면서 긴박하게 흐른 ‘1박 2일’ 간의 릴레이 협상에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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