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전까지는 정책 공백으로 약세 유력

극심한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이 올해는 살아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조심스러운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다만 지난해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체로 집값이 상반기에 저점을 지나 하반기에 약한 회복세를 보이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형태의 흐름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빠르면 1분기 바닥 찍을 것"

올해 부동산 시장은 상반기에 바닥을 찍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높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가 공인중개사 1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4%가 1분기를 시장 회복 시점으로 꼽았다.

2분기(23%)까지 합치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적어도 하반기에는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부동산 전문가 105명에게 올해 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상반기에 약세를 보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 2월까지는 정책 공동화 현상으로 집값이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며 "상반기에 전세금이 오르고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 하반기에는 하락세가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박상우 주택토지실장도 "1990년대부터 보면 수축기가 가장 길었던 기간이 37개월이었는데 이번 수축기는 3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면서 "바닥을 탈출할 때가 다가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반기 회복이 힘들다는 전망도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건설업체 50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올 하반기에 주택시장이 바닥을 칠 것'이란 응답이 56%에 달했다.

상반기 바닥을 예상한 업체는 22%에 그쳤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여전히 대내외 거시경제와 주택시장 내부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집값 하락세 둔화

집값은 상반기에 바닥 탈출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연간으로는 하락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다만 내림 폭은 지난해보다 둔화될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각각 올해 평균 1.5%, 1.3%씩 내릴 것으로 본다. 최근 3년간 많이 올랐던 지방도 올해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

주택산업연구원 남희용 원장은 "지방은 올해부터 입주가 본격화하고 공급 대기 물량도 많아 약보합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서울 강남권 등 이미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진 지역은 더 이상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대형 주택이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좀 더 비관적이다. 수도권은 가격 하락세가 가속화하고, 지방도 중대형 중심으로 침체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세금은 올해도 강세가 예상된다. 건설산업연구원의 올해 전세금 상승률 전망치는 전국 평균 4%다. 지방은 보합세를 보이겠지만 수도권은 오름세가 지속된다고 전망한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집을 사는 대신 전세로 눌러앉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수도권 전세금은 작년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실물경기와 정책

올해 주택시장에는 변수도 적지 않다. 거시경제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고 가계부채 문제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점은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대로 예상한다.

작년보다는 높지만 잠재성장률(4%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회복 전망이 높아 주택시장도 상반기에 바닥을 치면 하반기 회복세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주요 변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취득세 50% 감면 연장을 공약했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시장 친화적인 정책 발표로 위축된 투자심리가 회복되면 시장이 정상 기능을 회복해 거래도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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