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그동안 공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자신의 국정 철학을 공유해 온 인사들로 구성했다.

인수위가 자신의 정치 철학과 대선 공약을 ‘박근혜 정부’의 정책으로 구현할 기구라는 점에서 자신의 생각을 가장 잘 아는 정책 전문가들을 대거 배치해 친정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미래연구원ㆍ행추위 출신 인수위 ‘절반 이상’ 차지 = 자신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과 대선 선거 공약을 총괄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소속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국가미래연구원(위원장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은 지난 2010년 말 자신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대권 도전을 향한 정책 강화에 시동을 건 기구다.

250여명의 회원들은 물가안정 등 30여개 세부 정책분야별로 연구를 진행했고, 박 당선인도 수시로 이들과 함께 정책 스터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된 인수위 분과 22명(간사 포함) 중 7명이 미래연구원 출신으로 3분의 1에 육박했다.

고용복지분과 간사인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 국정기획조정 분과위원인 옥동석 인천대 교수, 외교국방통일 분과위원인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 경제1 분과위원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 경제2 분과위원인 서승환 연세대 교수, 고용복지 분과위원인 안종범 의원 그리고 역시 고용복지 분과위원인 안상훈 서울대 교수 등이다.

당 안팎의 예상대로 행추위 인사들도 대거 인수위에 참여했다. 단장급(부단장 포함)을 포함해 14명에 달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또 이들 중 6명은 미래연구원 출신 인사들이다. 이는 정책의 연속성을 통해 새 정부의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현재 경제2분과 간사는 행추위 경제민주화추진단에서 활동했다. 김장수 외교국방통일 분과 간사는 국방안보추진단장을, 최성재 고용복지분과 간사는 편안한 삶 추진단장을, 곽병선 교육과학 분과 간사는 행복교육추진단장을 지냈다.

또 옥동석ㆍ강석훈 국정기획조정 분과위원은 각각 정부개혁추진단장과 실무추진단 부단장을 역임했고 윤병세 외교국방통일 분과위원은 외교통일추진단장을 지냈다.

안종범 고용복지 분과위원과 김현숙 여성문화 분과위원은 각각 실무추진단장과 행복한 여성 추진단장을 맡아 활동했다.

◇ 기획조정분과 ‘정부 3.0’에 방점..檢개혁 분과에 檢출신 배제 = 국정기획조정 분과 간사로 행정 전문가인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를 발탁한 것이 눈에 띈다. 정기획조정 분과위원으로 옥동석 인천대 교수와 강석훈 의원을 임명한 것도 주목된다.

국정기획조정분과는 전체 9개 분과를 조율하고 총괄하는 선임 분과다.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누구로 두느냐에 따라 박 당선인이 차기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 과제가 무엇인가를 점쳐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 교수는 행정학자로 리더십 분야를 전공했다. 옥 교수는 재정복지 전문가이지만 행추위에서 정부개혁추진단장을 맡아 활동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정부조직개편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박 당선인이 강조해 온 ‘정부 3.0’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이 새누리당 후보 선출 후 처음으로 강조한 공약인 ‘정부 3.0’은 행정정보가 정부 부처간, 또는 정부-국민간 원활하게 오고 가도록 인프라를 까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 개념으로 측근들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정부 3.0’ 실천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인 검찰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무분과나 법질서사회안전분과에 검찰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정무분과의 경우, 분과 간사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나 장훈 중앙대 교수가 모두 박근혜 선대위의 정치쇄신특별위원회(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의 위원으로 활약했었다.

법질서사회안전분과 간사인 이혜진 동아대 로스쿨 교수는 부산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줄곧 부산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해온 인물로 판사나 검찰 활동 전력이 없다.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 검찰과 관련한 비리가 잇따르자 검찰 개혁 방안으로 대검 중수부 폐지와 검찰의 직접 수사권 제한 등 검찰 반발이 예상되는 개혁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검찰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검찰 출신이 아닌 인사들을 대거 관련 분과에 배치한 것으로 해석된다.

분과에 측근들을 최대한 배제하며 ‘정치색’을 뺀 데 비해 비서실 정무팀장에 자신의 ‘복심’이라고 할 이정현 최고위원을 임명한 것은 앞으로 있을 조각(組閣)과 청와대 조직개편 및 인선에서 자신과 함께 ‘박근혜 정부’를 운영해나갈 인사들을 발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비서실에 자신의 정치 입문 이후 15년간 정책ㆍ정무적 조언을 해온 이재만 보좌관과 정호성 비서관이 배치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들과 함께 온전히 ‘박근혜표 인선’을 진행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 역사 의식ㆍ경제민주화에 ‘보수색’ 지적도 = 일부 분과위원은 보수 색채가 짙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무분과 간사로 임명된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2006년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한국근현대사를 둘러싼 역사 교과서 논쟁을 이끌었다.

그는 5ㆍ16구데타에 대해 “쿠데타이기도 하고 혁명이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5ㆍ16쿠데타를 ‘혁명’이라고 기술한 대안교과서를 집필한 것과 관련해 박 당선인의 선거캠프에 합류할 당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정기획조정 분과 간사를 맡은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에 대해서도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활동 경력과 관련해 야당에서 ‘보수인사 가속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분과 인사들의 성향을 봤을 때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경제 1ㆍ2분과 인수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홍기택 중앙대 교수, 서승환 연세대 교수는 ‘우파’ 색채가 강한 학자들이라는 것이다.

◇ 영호남 고른 분포..한광옥 국민통합위원장 인수위원 ‘확정’ = 22명의 분과 위원 중 현직 교수가 1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역 의원은 안종범 김현숙(비례대표) 강석훈 류성걸 이현재(지역구 의원.이상 새누리당) 등 5명이었다.

앞서 발표된 윤창중 대변인을 포함해 24명인 인수위원들의 출신 지역은 고루 분포됐다.

서울 출신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안종범 의원 등 영남 출신이 6명으로 그 다음이었다. 호남 출신은 한광옥 국민통합위원장을 포함해 4명이었다. 충청 출신은 3명이었다.

나이 정보가 없는 박홍석, 이승종 인수위원을 제외한 22명 인수위원의 평균 나이는 약 58세였다. 최연소는 안상훈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으로 44세였고, 최고령자는 곽병선 교육과학분과 간사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71세였다.

출신 학교는 서울대 출신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연세대와 성균관대 출신이 각각 3명을 차지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7일 인선이 발표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은 24명 이내로 둘 수 있는 인수위원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당시 함께 발표된 김상민 청년특위위원장은 인수위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일부 청년특위 위원이 비리전력 등으로 논란이 이는 상황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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