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테마주 열풍을 틈타 대주주와 친인척 등이 지분매각을 통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의 피해를 안중에 두지 않은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과 '합리적 행동'이라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대선 테마주' 대주주들 4천559억 지분매각

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8대 대선 유력후보 3인과 관련돼 급등락을 보인 79개 테마주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은 2012년에 901차례 보유지분을 장내 매도했다.

매각된 주식은 모두 9천760만주였으며, 총매각금액은 4천559억원으로 집계됐다.

장내매도 당시 주가는 대선 테마주 열풍이 고개를 들기 전인 2011년 6월초 주가와 비교해 평균 45% 가량 고평가돼 있었다. 지분매각을 통해 약 3천154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후보별로는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관련된 33개 종목 대주주들이 팔아치운 지분의 규모가 5천809만주, 2천938억원으로 전체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했다. 2011년 중순 대비 시세차익도 2천280억원으로 가장 컸다.

다음으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2천644만주ㆍ891억원),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1천306만주ㆍ730억원) 등 순이었다.

종목별로는 안랩의 매각대금이 1천604억원으로 가장 컸고, 이어 아가방컴퍼니(514억원), 미래산업(443억원), 써니전자(323억원), 우리들생명과학(318억원), 우리들제약(19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대주주 지분 매각 "도덕적 해이" 대 "합리적 행동"

증권가 일각에선 이를 두고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대주주와 고위 임원들이 투자자 피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세차익 실현에만 골몰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조회공시 요구에 대주주가 주가급변 사유가 없다고 답한 직후 주식을 매각해 대량의 차익을 남긴 사례가 있다"면서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투자자 손실을 부추긴 셈이어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산업의 경우 최대주주였던 정문술씨가 작년 9월18~19일 보유주식 전량을 장내 매도해 400억원 가량을 챙겼고, 주당 2천245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동전주 수준인 200~300원대로 돌아갔다.

피해자 대부분은 개인 투자자로 파악된다.

하지만 대주주들이 지분을 매각해 시세차익을 남기는 행위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반론도 강하다.

주식투자의 목적 자체가 차익실현을 통한 이익 확보인 만큼 대주주도 주가가 올랐을 때 매도할 수 있는 있으며 이는 합리적 행위라는 의견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인형 선임연구위원은 "시세조종에 직접 가담한 혐의가 없다면 대주주의 의사결정 영역인 주주권 포기를 무조건 비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테마주의 투기적 성격과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대박'에 눈이 멀었던 개인 투자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마주 성격상 조만간 급락할 것이 분명한데도 자신만은 그전에 수익을 챙겨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테마주특별조사반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언론이 수차례 위험을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도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선 끝났는데..`정치 테마주' 여전히 기승

일부 테마주는 대선 종료 이후에도 여전히 급등락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안 전 후보의 테마주로 꼽히는 써니전자다.

써니전자는 주가 급등에 따른 매매거래정지 조치가 내려진 이달 3일을 제외한 최근 8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4일에 오픈베이스(8.22%), 대신정보통신(4.51%), 엔피케이(3.38%), 네오엠텔(15.00%), 다믈멀티미디어(2.46%) 등 `안철수 테마주' 상당수가 강세를 보였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재ㆍ보궐 선거에 앞서 안 전 후보가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루머를 빌미로 다시 투자자를 유혹하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은 대선 테마 소멸 이후 다소 잠잠해지던 테마주 열풍이 다시 고개를 드는 조짐이 있는 만큼 감시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미 작년 한 해에 불공정거래 행위자 30명을 적발했고, 검찰은 이중 9명을 기소했다. 나머지 18명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대주주의 대규모 지분매각이 있었던 33개 테마주를 대상으로는 위법성 등을 조사 중이며, 매각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18개 종목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를 마친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 확인없이 막연한 인맥이나 기대감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신중한 투자를 강조했다. 또 시세조종 세력 등에 대해선 "(시세조종 행위의 폐해가 커지면서) 대법원이 매년 양형 기준을 높이고 있다"면서 "죄질에 따라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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