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2금융권 대출 합치면 집값의 70~80%에 육박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사람의 대부분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 같은 2금융권 금융회사에서 추가로 빚을 더 낸 다중(多重) 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우리금융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한 달 이상 연체 중인 550명 중 97.6%인 537명이 은행에 담보로 맡긴 주택을 2금융권 회사에도 담보로 제공하고 추가로 대출을 받은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연체 고객 550명이 소유한 주택에 대해 등기부 등본을 일일이 확인해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얻었다.

빚을 이중으로 내는 이유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 가격의 일정한 비율(50~60%)까지만 대출하도록 금융 당국이 상한선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를 찾아가는 것이다. 2금융권 회사를 찾아가면 보통 집값의 20%가량을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다.

결국 은행과 2금융권 대출을 합치면 집값의 70~80%에 이르는 셈이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금융회사가 경매에 부친 주택의 평균 낙찰가가 감정가의 76%인 점을 감안하면, 연체자들의 주택 상당수는 집을 팔더라도 대출금을 다 갚을 수 없는 '깡통 주택'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체자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은행은 감정가의 60% 이내로만 대출했기 때문에 별 피해가 없겠지만, 후순위 채권자인 2금융권 회사들은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이번 조사를 실시한 이유는 하우스푸어 해결책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한 '신탁 후 임대(트러스트앤드리스백)'를 신청한 사람이 3명에 그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신탁 후 임대란 주택담보대출을 갚기 어렵게 된 사람이 집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은행에 넘기고 3~5년간 대출 이자 대신 월세를 내고 계속 사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구제 대상자의 상당수가 여러 금융회사에 집을 담보로 잡힌 탓에 권리관계가 복잡해 신청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과연 다중 채무자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본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하우스푸어를 구제하려면 금융회사 한 곳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고 금융권이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조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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