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여야가 주택 취득세 감면 법안을 이달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확정지으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 전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작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야가 모두 취득세 감면으로 인한 지방세수 감소분을 중앙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결손분을 보전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 국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자국채 발행을 하더라도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균형재정’이라는 모양새를 내기위해 재정지출 규모를 정부 원안보다도 5000억원 가량 줄인 올해 예산안으로는 경기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이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정부측은 전체 50여일에 불과한 인수위 활동 기간에 추경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인수위가 추경 편성 방침을 확정짓고 추경 실무는 국회와 정부가 추진하는 '투트랙론'을 제시하고 있다.

◆朴 핵심 측근 “3~4월 이전에 추경 실시해서 선제대응 해야”

최근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 주변에서는 올해 예산안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MB정부식 균형재정 기조에 밀려 경기회복에 필요한 예산사업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당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의 한 핵심 측근은 8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은 현 정부의 예산편성기조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경기침체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경기는 한번 꺽이면 회복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에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3~4월 이전에 추경을 해서 선제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자주 피력하고 있는 이한구 대표의 주장에 대해 박 당선인의 측근들이 적잖게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이 취득세 감면 조치를 이달 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추경 편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1~3%에서 새해 2~4%로 오른 주택 취득세율을 다시 지난해말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자체의 세수 결손분 2조9000억원(정부 추정치)에 대한 정부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 조치 종료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혼란과 주택 거래 실종으로 인한 경기에 대한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적자국채 발행이라는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재원을 마련해서 지자체의 세수 결손분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게 당 전반의 정서”라고 설명했다.

◆정부 3.0 체제 구축하기 위해서도 추경 필요

박 당선인 측에서는 이미 대선 기간 중 10조3000억원 가량의 추경을 통해 성장 잠래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박 당선인의 경제 브레인 좌장격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했다.

박 당선인측이 웹2.0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부 3.0’ 체제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추경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선 당시 김 원장은 “추경 재원 중 20%는 경기 침체로 인한 고통이 심한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고 80%는 정부 3.0체제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각종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 행정정보와 민간의 전자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이를 국민들의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조(兆)’ 단위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는 게 박 당선인 주변의 판단이다. 인수위가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필요한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만큼 정부 3.0 체제 구축을 위한 재원 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경기활성화 방안 등을 다룰 경제1분과에 예산통(通)인 류성걸 의원을 배치한 것 자체가 추경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한 공청회에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 추경편성론에 ‘난색’

그러나 정부는 새해 예산 편성이 이제 막 끝난 상황에서 추경 논의가 불거지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추경 필요성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취득세 감면 조치로 인한 지방세수 보전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쪽은 다른 대안이 있다는 입장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 소화 물량을 늘리거나 은행에서 차입할 때 이자를 갚아주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4월~12월까지 이뤄진 취득세 감면으로 인한 세수 결손분 2조1000억원을 이같은 방안으로 보전한 바 있다.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경기가 밑바닥에서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른 것 같다”면서 “기본적으로 활동기간이 50여일에 불과한 인수위에서 추경을 다룰 여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사실상 차기 정부 역할을 하는 인수위가 나서서 추경 편성 원칙을 확정하면, 추경 실무는 정부와 국회가 협의해서 추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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