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싫다, 연수 소감에는 절망만..

ON-LINE 교직 연수를 받은 초, 중, 고교 교사들..교직 연수 소감 쓰랬더니 '교단의 현실'에 대한 자괴감만 쏟아내 충격!

"돌이켜보니 학생에 짜증내고 원망만… 이젠 교사라고 말하기도 두려워" 이게 무슨 소린가?
편지 받은 조벽 동국대 교수는  "문제 학생 178만명이라며 이런 위기 학생 중 일부가 교사마저 교단에서 내몰고 있다" 고 했다.

어느 교사의 고백이다.  "첫해 학교에 왔을 때 힘든 임용고시를 통과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 흘러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어요. 그랬던 제가 3년차인 지금 학생, 교감, 교장, 학교 업무를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교사로서 학교에 오는 일이 전혀 즐겁지 않고 학교 밖에서도 교사라는 사실을 알리기 두려워졌어요. (내) 아이에게조차 엄마가 교사라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하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학생들조차도 이젠 교사를 그저 그런 시선으로 봅니다. 공부는 학원에서 다 하고 오니 학교에는 스트레스를 풀러 오는 것 같습니다. '그럴 거면 학교를 끊으라'고 아이들에게 말을 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은 "조벽(57) 동국대 석좌교수"가 지난해 온라인상에서 교사들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 중 일부다. '교수법(학생을 가르치는 방법)' 분야의 석학(碩學)인 조 교수는 오히려 '교수에게 교수법을 가르치는 교수'로 유명하다. 그는 미국 미시간 공과대학에서 20년간 재직하면서 '미시간주(州) 최우수 교수상'을 수상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자기에게 30시간짜리 온라인 교직 연수를 받은 초·중·고교 교사들에게 교직 연수 소감을 써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조 교수가 교사들에게 받은 글은 2만3247편이며 한글 파일로는 1819페이지이다. 이 글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어본 조 교수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교직 연수에 참가한 교사 2만3247명이 하나같이 교직에 대한 실망과 절망, 원망, 회의감을 토로해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조 교수는 “연수 소감 내용의 대부분은 자기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는 듯한 목소리로 개인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쓴 일종의 편지였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조 교수에게 보낸 글에서 이렇게 썼다.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에 모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쏟아놓는다. ‘요즘 애들은 기본이 안 되어 있어. 예전에 교사할 땐 좋았는데….’ 잘못한 아이들을 따로 불러 혼내고 나서도 이런 한탄이 나온다. ‘잘못해서 불려오고서도 무얼 잘못했는지 도무지 뉘우치지도 않아….’” 그는 이어 “앞으로 더 가르치기 어려워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부정적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공교육과 학교 환경을 보면서 비판하고 독설을 내뱉던 모습이 바로 나였다”고 글에 썼다.

소개된 글에서 느꼈듯이 이런 절망감은 은퇴를 앞둔 노(老)교사들에게도 가득했다. 교직 경력 20년이 되어간다는 한 교사는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땐 내가 교사가 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뿌듯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는 교사라는 자부심을 잃어버렸다. 어디 가서도 내가 교사 신분임을 될 수 있으면 밝히지 않는다”고 조 교수에게 털어놓았다.

교사들도 고해성사를 할까? 문제는 그것이 상대가 있는 고해성사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에게 직업인으로서 아이들을 대하고 나태해진 자기 모습에 대한 ‘반성문’을 보낸 교사도 많았다. 교직 경력 30여년 된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하고 학생들을 공감하고 바라만 봐도 좋은 사이로 소통이 되어야 하건만 입시와 진도 맞추는 교사가 됐고 세대차로 수업 집중도가 떨어져 만족하지 못한 수업이 됐다.”

또 다른 교사는 “사실 처음 교사의 길을 선택했을 때는 가정 형편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어서 미래에 확실한 직업이 보장되는 것을 찾다 보니 국립대 사범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일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교사로서의 큰 사명감이랄까 그런 건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렇게 교사 경력은 쌓여가고 학생 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절망과 좌절 또한 함께 쌓여가며 교직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이라고 했다. 한 교사는 “강의를 듣고 교직에 첫발을 내디뎠던 그때가 그리워졌다.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찼던 그 시절 그 꿈이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라고 읊조렸다. 또 다른 교사는 “내가 승진을 위해 점수만 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을 내 승진을 위한 도구로 본 것은 아닌지 후회가 밀려왔다”고 했다.

교사들은 스스로 절망하는 이유를 자신들이 아이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교사라는 좌괴감에서 온다고 했다.

우리나라 교사들의 절망과 자괴감에 대해 조벽 교수는 “교사가 인재가 몰리는 최고의 직업이고 교대와 사범대가 최고의 인기 학과가 됐지만, 현장에서 너무 많은 선생님이 절망하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교사들의 글을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그는 “한국 학생들의 행복도는 4년 연속 OECD 중 꼴찌를 기록하고, 상습적인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도 전국에 178만명이나 된다는 통계가 있다”며 “이런 위기 학생 중 일부가 교사를 교단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현실 속에서 교사들이 더욱 힘들어하는 이유는 교사가 되기 전에 학생에게 가르칠 ‘내용’은 많이 배웠지만, 지식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방법’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 현장은 급변하고 있는데, 교사를 배출하는 사범대와 교대 교육과정이 이론에 치중되어 있고 학생과 소통하는 법, 학부모를 대하는 법 등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법과 인성을 기르는 법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예비 교사 시절부터 인성을 기르고 학교 현장 경험을 많이 하도록 해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교사들을 길러야 한다”며 “그것이 학생도 교사도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교사는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다. 지난세월 스승의 그림자 조차도 밟지 않는다는 것이 불문으로 내려오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설속으로 묻혀야 할 것 같다. 작금의 현 상황은 교권이 떨어질대로 떨어졌고 스승과 제자의 예는 벗어난지 오래다.

위에서 보듯이 대다수의 교사들이 현직에 스스로 갇혀 절망과 회의감마져 든다고 한다. 원인을 찾고 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걸까? 모두가 반성하고 다시한번 시작해 보자. 한국의 미래는 아이들에게 있다. 특별히 공교육이 살아날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기관, 학부모, 아이들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