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한다는데…방카슈랑스 수수료 ↑, 판매 강요

대규모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대폭 확대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방카슈랑스(저축성 보험) 수수료는 계속 오르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이 새 정부 기조에 적극 부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두 두 얼굴을 띈 은행권의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은행권의 파격적인 중소기업 담보 대출 관련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곧 중소기업 무담보 대출 프로그램을 재개할 예정이며, 이는 은행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종잣돈(seed money)을 출연하면 이를 기반으로 신보와 기보가 10여 배를 보증하고, 이 금액만큼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의 도입 배경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보증기관들과 출연금 규모를 마지막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용도로 8조2000억 원을 신규로 배정했다.

우리은행 측은 “기존 중기 대출 체계로는 미흡하다고 판단해 작심하고 종합적 지원책을 마련했다”며 “재원을 다른 용도에 쓰지 못하도록 미리 잡아놓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엔 새 정부에서 본격 추진할 중소기업 적합 업종 해당 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여신 2조원, 자영업자의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한 대출 1조원 등이 포함돼 있다.

다른 은행 또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을 지난해보다 3조원 늘린다고 밝혔고, 외환은행은 금리를 0.2~0.5%포인트 깎아주고 신용도가 다소 낮더라도 빌려주는 기업스마트론 3조원 가운데 2조2000억 원을 중소기업에 배정했다.

고용 차별 개선 바람부는 은행권

새 정부 흐름에 맞추려는 분위기는 고용 분야에서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계약직 텔러 838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발령 내고, IBK기업은행은 기간제 계약직 1132명 모두를 사실상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이에 은행들은 민생 안정과 중소기업 살리기에 역점을 두는 새 정부 코드를 감안한 조치임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한 은행관계자는 “인수위 쪽에서 따로 연락은 없었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중소기업 성장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에 은행이 알아서 먼저 중기 대출을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새 정부 코드에 맞춰 은행권을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조만간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현황을 종합 점검하려 한다”면서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애초 계획보다 줄이지 않았는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출 비율은 어떤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방카슈랑스 수수료 오르고, 판매 강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은행들이 파격적 행보를 이어가는 반면 각종 수수료 인하로 인해 방카슈랑스(저축성 보험) 수수료는 계속 오르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은행들이 저축성 보험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는데 신규로 가입하는 보험 중 은행에서 파는 방카슈랑스 비중이 전체의 80%까지 늘어나 은행이 지나치게 보험상품 판매를 강요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적어도 5∼10년 정도는 유지해야 원금 보전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출을 받기 위해 반강제로 예·적금 상품에 가입했던 이전보다 기업과 서민들의 부담은 늘어났다.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하려는 은행의 방카 꺾기 수법 또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대출 이후 한 달 이상 가입 시차를 두거나, 대출은 법인에 내어주되 금융상품은 대표 등 개인을 가입시키는 방식이 가장 빈번하다.

최근 이상직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은행권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은 457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00억여 원보다 10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은행권은 올해 말까지 지난해보다 2000억 원을 더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0년 말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입은 6081억 원, 2011년 말 7204억 원을 기록, 2012년 말은 그보다 많은 9000억여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요즘엔 지점 직원이 꺾기를 강요하면서 본점에서 연락이 오면 ‘자발적으로 가입했다고 답하라’는 식으로 대응책까지 알려준다”며 “새 정부가 진심으로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면 출총제 부활 같은 거대 담론보다는 꺾기 관행부터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