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기초 연구기능과 지식경제부를 비롯한 각 부처에 분산된 연구개발(R&D) 기능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기술(ICT) 진흥 기능을 통합해 미래창조과학부로 재탄생시켰다.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으로 꼽혀온 미래창조과학부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R&D예산 편성 기능과 일거리 창출의 사명을 띤 ICT를 포함해 미래경제를 주도할 각 부처 성장동력을 합친 것이다.

인수위측은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ICT 분야의 전담 차관제를 도입해 ICT 진흥기능을 전담시키겠다고 밝혀 옛 정보통신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독립부처 수준의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 단순 과기부 부활 대신 창조경제 무게

인수위는 R&D 총괄 부처의 부활과 ‘창조경제’ 전담이라는 두 가지 큰 축에서 절충안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미래창조과학부를 단순히 과학기술부 부활 수준에서 만들지 말고 창조경제 가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반드시 포함시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이달 10일 과학기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정책과 창조경제 활성화를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는 기초연구를 비롯한 국가 전체 과학기술 R&D 예산 기획과 조정,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맡고 있는 응용 분야 R&D 예산을 총괄하도록 했다.

기초연구부터 일자리 창출을 주도할 ICT까지 각 부문의 응용연구와 산업의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까지 포함한 주요 정책과 집행을 아우르는 셈이다.

특히 독립적인 부처 설립은 좌절됐지만 ICT 전담 차관제가 도입되면서 통신 플랫폼-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 3자를 통합한 ICT 진흥을 총괄할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부활하게 됐다.

앞서 일각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정보통신기술(ICT)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IT를 통한 전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일자리를 확충한다는 내용의 창조경제의 핵심 요소가 빠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인수위는 서로 독립적인 조직을 바라는 과학기술계와 정보통신계의 강한 요구, 지나치게 큰 공룡부처가 될 경우 비효율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체 R&D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킴으로써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 설립 전 조직 주도권 잡기 싸움 시작하나

미래창조과학부라는 거대공룡 조직의 탄생을 앞두고 일각에선 부처와 학계내의 불필요한 기(氣)싸움 시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ICT독립부처 신설을 물밑에서 후원한 방통위만 해도 이명박 정부 출범 과정에서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넘겨 준 일부 조직을 챙겨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과학기술 독립부처 신설에 실패했지만 이번에 교육에서 가까스로 분리된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부문도 5년간 축소된 조직 위상을 되찾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R&D 조직을 일부 포함하게 된 지식경제부 쪽 역시 새 부처 설립 과정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 공약을 이행할 상징적 조직이기 때문에 출신이 다른 공무원들과 이를 후원하는 학계, 업계 사이에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예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사립대 교수는 “국내 R&D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기재부와 지경부, 교과부, 정부정책연구소 출신으로 이뤄진 국가과학기술위원회만 해도 출범한지 2년이 넘었지만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며 “부처 출범 과정에서 미래 지향적인 정책 경쟁보다는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16조9000억원에 가까운 R&D 비용의 상당수를 집행할 부처 특성을 감안해 불필요한 기능과 투자가 중복되지 않도록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과학계 “실망” 정보통신계 “기대감 반”

과학계와 정보통신계는 새 부처 설립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과학계와 정보통신계는 당초 각각 독립적인 부처 설립을 요구해왔다. 과학계는 기초와 응용과학 중심의 과학기술부 부활을 요구했고, 정보통신계도 스마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ICT전담부처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과학계 한 원로는 “새 부처가 과학기술과 ICT를 모두 포함할 경우 미래 가치에 우선을 두는 과학기술 정책과 현안 중심의 ICT분야가 시너지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ICT 분야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아직까지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며 “다만 새 부처가 산업 진흥과 분야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책을 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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