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한국은 유행 독감 다르고 예방접종률 높아 확산 가능성 낮아”

미국이 인플루엔자(독감) 때문에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한국도 전염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병원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려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선 이미 “미국 내 독감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2009년 신종플루로 독감 바이러스의 무서움을 직접 겪었 던 국민의 독감 확산 우려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15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의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 등에는 독감 예방접종이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평상시보다 늘었다. 또 단순 감기 증상임에도 입원을 요구하거나 이제라도 독감 주사를 맞겠다는 이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를 찾은 신선영(39·여) 씨는 “아이한테 독감 증상이 있는데 약을 먹고 낫기만을 기다리다 상태가 더 심해지는 것보다는 입원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 입원이 가능한지를 물어봤다”면서 “몇년 전 신종플루로 고생했던 적이 있어 미국 독감이 우리나라로까지 전염돼 확산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독감과 관련한 검색어가 연일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가 하면 임산부 관련 카페에는 ’더 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이제라도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등의 다소 자극적인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보건당국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미국과 같은 독감 확산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유행 중인 독감 유형이 H1N1으로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H3N2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H3N2형이 9건 정도 발견됐지만 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데다 미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라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또 신종플루와 같은 변종 독감의 대두 가능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의 세 가지 항원형으로 구분한다. 이중 유행성 독감은 A, B형에서 주로 발생하며 A형은 사람과 동물에서, B형은 사람 간에 질병을 일으킨다.

미국에서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H3N2는 물론이고 지난 2009년에 창궐해 우리나라에만 240여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 H1N1은 A형에 속한다.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H항원과 N항원의 종류에 따라 다시 여러 가지로 나누는데 H항원성은 10~40년마다 변종이 생겨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특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H항원은 0~15, N항원은 0~9까지로 구분한다.

미국 CDC에서 정확한 발표를 내놓지 않아 아직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현재 미국 내에서 유행 중인 H3N2가 기존의 항원과 전혀 다른 변종일 확률은 낮다. 물론 같은 아형의 범주 안에서 항원성이 약간씩 변하는 ’소변이’일 수는 있지만 신종플루처럼 새로 대두된 인플루엔자, 즉 ’대변이’일 가능성은 떨어진다. 대변이는 기존의 항원과 전혀 다른 개체가 생기는 것으로, 보통 10~40년에 한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전망이 가능한 것은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을 제외하고 10년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독감 유행시기와 비교해볼 때 감염자나 사망자 수가 현저하게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 내 독감 감염자 수가 기존보다 많은 이유를 세가지로 추정했다.

미국 내 예방 접종률이 떨어진 경우, 유행하는 H3N2가 변종된 형태라 백신 주사에 포함된 독감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최근 2~3년 동안 미국 내 H3N2의 유행이 없어 지역사회에서 군중면역이 감소했을 경우 등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2011년에 H3N2의 유행이 있었던 만큼 미국처럼 H3N2 독감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국내에서 올해의 주된 유행 바이러스는 H1N1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에도 만약을 대비해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맞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에서 접종되는 독감 백신은 H3N2는 물론 현재 국내에서 돌고 있는 H1N1과 봄철에 대두되는 B형 인플루엔자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물론 예방접종을 했더라도 독감이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닌 만큼 개인적인 위생수칙을 지켜야 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환자의 비말(작은 침방울)과 콧물, 물건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는 만큼 인파가 몰리는 곳은 삼가야 한다. 외출 후 손발을 씻고 양치질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만약 독감 유행시기에 고열과 근육통, 목의 통증, 콧물과 같은 의심증상이 있으면 가능한 빨리 의료기관을 찾아 타미플루와 페라미플루, 릴렌자 등과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게 좋다. 조기 치료가 환자의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확산을 막는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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