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언론검열 어디서 하고 있나? 

중앙선전부(中宣部), 공산당 통치 위해 선전·세뇌·검열 일삼아

중국 언론은 아직까지 엄격하고 효율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인은 자국 역사의 진실을 잘 모르고 있으며, 중국을 넘어 바깥 세계에 대해서도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다고 봐야한다.

대다수의 중국 젊은이들은 1989년 6.4톈안먼 사태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깜짝 놀라워 한다.  당시 일을 이야기해줘도 그들은 웬만해선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처럼 중국의 언론통제가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 볼수 있다.

 눈먼 중국인들이 진실 앞에 눈 뜨는 그날은 언제일까?

지난 4일, 언론검열에 반발하며 파업까지 강행했던 ‘남방주말 사태’는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의 언론검열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사건의 당사자인 남방주말은 작년 한 해 동안 매주 평균 20여 건씩 모두 1034건의 기사가 당국의 검열로 삭제 또는 수정 당했다고 한다.

남방주말은 1984년 창간된 중국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다.

개혁성향이 강한 남부 광둥(廣東)성의 성도 광저우(廣州)에서 나오지만 중국 전역에서 매주 130만부씩 팔리는 잡지다.

독극물 분유 사건을 비롯해 수많은 특종을 했고 현장감 있는 고발기사가 압권이다. 기사 검열의 잣대를 들이대는 당 선전부와 줄다리기를 하면서 늘 위험수위를 오르내리는 기사를 싣고 있다.

발단은 남방주말 1월3일자 신년호에 통면으로 실린 신년사설의 기사와 내용이 바꿔치기를 당한 것이다. 새 공산당 지도부 출범을 맞아 앞으로 헌법의 이념에 걸맞게 권력을 분산하라고 주문한 것이 공산당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바뀐 것이다.

남방주말 기자들은 사설면 담당 편집기자가 마감한 지면을 밤새 바꾼 것은 언론을 총괄하는 광둥성 선전부 소행이 분명하고, 퉈전 선전부장이 배후에서 지휘를 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황찬(黃燦) 남방주말 사장은 서둘러 성명서를 내고 당 선전부와는 무관한 일이며, 경영진 자체 판단으로 사설을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자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고, 20여년 만에 첫 언론사 파업 경고로 이어졌다.

결국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이후 차기 총서기 후보로 가장 유력한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가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하기에 이르렀다. 후 서기와 남방주말 기자들 사이에 어떤 거래가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재발 방지와 진상 조사를 약속하고, 기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선에서 매듭을 지은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남방주말 기자들은 파업을 중단하고 예정대로 잡지를 펴냈다.

중국 언론들은 남방주말 사태를 예의주시했을 뿐 거의 다루지 않았다. 다만 예외적으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펴내는 일간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4일자 사설을 통해 이번 사태를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남방주말 기자들을 비난한 바 있다.

사태의 불똥은 다시 베이징으로 번졌다. 언론을 관할하는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나서 전국 신문에 환구시보 사설을 실으라고 보도지침을 내린 것이다. 그러자 베이징 일간지 신경보(新京報) 다이즈겅(戴自庚) 사장이 8일 게재를 거부하면서 사표를 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신경보는 신문사 문을 닫겠다는 당국의 위협을 받고 하는 수 없이 환구시보 사설을 실었다.

이것으로 남방주말 사건은 불과 1주일 만에 막을 내렸다. 아니,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중국 헌법이 규정한 언론의 자유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잡지의 사설을 누군가 고쳤다는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언론 검열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졌다는 의미가 있다. 사회주의국가 중국이 언론 검열 정책을 없애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 물론 시진핑 총서기가 개혁개방 이미지를 중시하고 있는 만큼 일부 완화된 정책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그로서도 임기 초반이고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내 언론검열을 담당하는 기관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선전부(共党,中央委宣,部)다. 약칭하여 중앙선전부(中央宣,部) 또는 중선부(中宣部)라고 부른다. 중선부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직속 기구다. 공식적으로 정부조직이 아닌 당의 기구이나 실질적으로 중국의 언론을 통제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중공(중국 공산당)은 선전과 세뇌를 매우 중요한 역할로 보고 있다. 특히 이데올로기 영역을 통제하는 것은 당의 유지를 위해 절대 필요했다. 그 역할을 맡아 온 게 바로 언론을 통제하는 중선부다.

중선부는 중국내의 여론을 통제하며 당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전달해왔다. 국가선전기구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반복적인 선전과 세뇌를 진행하는 한편 전 국민의 사상을 중공 중앙의 의도대로 통일하고자 했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중국에서는 국가주석이 꼭 권력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의 존립에 불리한 정보는 국가주석의 담화라 하더라도 검열되고 고쳐진다.

작년 6월 30일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홍콩정부 관리들에게 한 발언요지가 중선부에 의해 일부 삭제돼 보도됐다. 이는 공산당 일당독재라는 중국정치의 특성에서 기인하며, 당의 통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한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 것이다.

중국에는 2000여 개의 신문과 1만여 개에 달하는 잡지, 1000개가 넘는 TV와 라디오 방송국, 그리고 수십만 개의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중선부 및 각급 선전부의 관리 아래 철저히 통제당하고 있다. 모든 것이 당의 의지에 따라서다.

 이렇게 방대한 수의 매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엄격한 통제 시스템 아래 중선부에서 지침을 내리면 한 단계씩 아래로 전달되어 결국 일선 기자에게까지 하달된다. 이런 경직된 시스템 아래 있다 보면, 지레 자포자기해버린 기자들이 기계적으로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그때부터 시스템은 상당히 효율적이 된다.

따라서 중국 안에는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이 없다. 반면, 미국에 본사를 둔 언론매체인 대기원이나 위성방송 NTDTV, 단파방송 희망지성 같은 해외 독립매체들이 중공의 통제에서 벗어나 중국인들의 알 권리를 다소 여과없이 보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미국 기상학자 로렌츠가 발표한 것으로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이다. 작고 사소한 사건이 나중에 큰 효과를 가져온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언젠가 중국이 본격적인 언론의 자유를 누릴 때면 새해 벽두에 일어난 이번 '남방주말'사건을 중국 언론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일로 중국인 모두, 아니 이를 알고있는 모든 세계인들이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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