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헌법재판소 판사들 사이에서 기피대상 1위였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도덕성 시비와 위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헌재소장 후보자라면 도덕성을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아는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 독일의 헌재소장은 의회 상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정도로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근엄한 자리다.

야권은 16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의혹을 조명하며 ‘낙마’ 공세를 이어갔다.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후보자가 2007년 한나라당 장 모 의원에게 10만원의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국가공무원법 및 헌법재판소 공무원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의원은 “이 후보자가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을 때 자신이 부담해야 할 상급병실 입원비 차액 200만원을 부당하게 보험사에 떠넘겼다”며 “하늘 높은 특권의식과 낮은 준법의식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특별위원인 박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는 총 12가지 이상의 자질 문제가 있다고 보도돼 낙마 흐름이 기정사실화됐다”며 “인사청문이 아니라 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후보자가 '의혹, 불법 백화점'이라는 비판을 받는 우리 정치 현실이 딱하다. 헌재 내부에서조차 함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오는 21~22일로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고 여당도 새해초부터 야당의 공세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몹시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자는 의혹 가운데 분당 아파트 위장전입, 동창인 새누리당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후원 등 위법 사실을 시인했다. 수원지방법원장 시절 송년회를 준비하며 대기업 경품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가 판사ㆍ직원들의 반대로 철회했다는 의혹은 전면 부인했지만 함께 근무했던 판사들이 '유명한 일화'라며 재반박해 거짓해명 의심까지 사고 있다. 판사들과 룸살롱에 갔다가 후배들에게 2차(성매매)를 권유했다거나 특정 대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대가로 딸을 특혜 취업시켰다는 의혹은 거론하는 일조차 얼굴이 뜨거워지는 사안들이다.

국회는 청문회를 통해 이 같은 의혹과 함께 6년간 헌법재판관으로 일하며 약 7억원의 급여를 받고 9억원을 지출했는데도 재산이 6억원가량 불어난 배경, 자녀들에게 수천만원씩 증여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했는지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회 동의 요건을 현행 '재적과반 출석, 출석과반 찬성'에서 독일처럼 '재적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정 당파ㆍ이념에 치우친 법조인이 헌재소장 등으로 임명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추자는 것이다.

만에 하나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이 후보자는 헌재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지 말고 사퇴하는 게 낫다. 그게 인선과정에서 상의했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부담도 줄여주는 길이다. 본인이 버틴다면 지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야 할 일이다. 출범부터 임기말까지 고위직 인사를 의혹으로 일관한 '의혹정권'이라는 낙인이 찍혀야 한다.
   
설훈 의원도 비대위회의에서 “이런 인사가 계속되면 국민이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후보자는 더 망설이지 말고 즉시 자진사퇴 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했다.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열고 “박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담판을 해서라도 이 후보자의 내정을 철회하거나 자진사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공직을 절대 맡겨서는 안 될 상식 이하, 수준 이하의 인물”이라며 “얼마나 더 추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과연 청문회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박 당선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후보자의 김용서 전 수원시장 비호, 셋째 딸 삼성물산 채용 등의 의혹을 언급하며 “워낙 출세·권력지향 행보를 해와 판사들과 헌법재판소 근무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기피대상 1호”라고 꼬집었다.

판사 출신인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16일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내부에서 후배 법관들에게 평판을 잃은 상태였다”며 “워낙 출세지향적이고 권력지향적인 행보를 해오신 분”이라고 비난했다.

서 의원은 “이 후보자는 법원내 판사들 사이에서,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근무하고 게시는 분들 사이에서 이미 기피대상 1호였다”며 “이 분만큼은 헌재 소장 후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1순위였는데 오히려 이 분이 헌재소장 1순위가 된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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