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은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긴장감을 넘어 단호한 결의 마저 느껴졌다.
전날 발표된 정부조직개편안 때문이다.

인수위는 지난 15일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농림수산식품부를 농림축산부로 축소 개편했다.

해양수산부의 부활이 예고돼 있어서 수산이 빠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식품마저 이름에서 제외된 것이다.

반면 보건복지부 산하의 외청 기관이었던 식품의약안전청(廳)은 식품의약안전처(處)로 바뀌면서 국무총리 산하의 독립부처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의 식품 산업 기능이 식약처로 이관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식품을 놓고 산업 육성 기능은 농식품부에서, 규제 기능은 식약청에서 다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식품부는 이날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식품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식품 산업 정책은 농식품부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식품 산업이 식약처로 넘어가는 것은 막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불량식품’을 성폭력·학교 폭력·가정 파괴범과 함께 4대악(惡)으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식품 기능이 규제 기관인 식약처로 통일되면 식품 산업 육성 기능은 자동적으로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림부의 부처 명칭에 식품이라는 말이 처음 들어간 것은 5년 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농림부의 명칭을 농림수산식품부로 바꾸며 식품의 산업 영역에서 강조했다.

1차 산업인 농업에 2·3차 산업인 가공과 유통을 더해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생각이었다.

개편 후 첫 농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전 장관은 “식품 산업을 140조원 규모로 키우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농식품부가 펼친 식품산업은 성과보다는 비판이 더 많았다.
야심차게 출범한 한식 세계화 산업은 김윤옥 여사가 이 사업을 챙기면서 야당으로 부터 ‘여사님 사업’, ‘여사님 예산’이라며 대표적인 예산 낭비사업으로 비판받았다.

또 최근 몇년 동안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식품 산업은 육성의 대상 보다는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농식품부에서 차관을 지낸 한 인사는 “식품 안전을 담당하는 기구의 위상이 강화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농업과 식품 산업을 떼어내는 것은 아쉬운 결정”이라며 “식약처로 넘어 가서도 그동안 정부에서 세워 놓은 식품 산업 육성 정책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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