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옮기겠다고 발표하면서 ‘원전 안전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통령 직속이었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원전 감시 기능이 약화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원전 선진국들은 안전규제 기관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수위원회의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원자력 마피아’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15일 대통령 직속이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옮긴다는 내용이 포함된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규제 기관 독립의 필요성이 부각되며 신설된 정부 조직이다.

이전까지 원자력 규제 기능은 교육과학기술부에 R&D(진흥) 기능과 함께 있었지만, 규제만 따로 떼어내 독립적인 새 조직을 만든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자력 진흥과 안전규제 기능은 분리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 곳에서 원전 이용을 진흥하는 정책과 안전규제 업무를 동시에 하면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 한 가지를 포기해야만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안전을 위한 규제가 희생될 수 있고, 원전을 철저하게 감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당시에도 사고의 주된 원인의 하나로 독립된 규제기관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일본의 원자력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보안원(NISA)은 원전 진흥 업무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METI) 산하에 있었다.

당시 원전을 이용하는 국가 중 한국과 일본만 유독 진흥과 안전규제를 분리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양국은 독립적인 규제 기관을 만들었다.

원전 선진국들은 이미 규제 기관을 철저히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안전규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미국은 NRC 위원 5명 가운데 2명만 따로 점심을 먹어도 속기사가 따라다니면서 발언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들이 정권이나 산업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투명하게 일하도록 한 것이다.
캐나다에도 독립 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CNSC)가 있고,
프랑스는 수상 직속 독립행정기관으로 원자력안전청(ASN)을 두고 있다.

이런 이유로 독립시킨 원전 규제 기관을 다시 진흥 업무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옮긴다는 발표가 나오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과학자는 진흥과 규제가 분리돼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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