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잘 살게 된다는 것은 축복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남의 나라를 침범하지 않은 것 빼놓고는 크게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문화적으로 우수한 작품도 만들어내고, 왕인박사처럼 일본에 학문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것은 뼈저리게 가난한 나라로 수천년 간 간신히 지탱해 왔기 때문이다.

철저한 신분제를 유지하며 가렴주구를 일삼는 벼슬아치들과 지주계급에 억눌려야 했던 일반 상민들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노래하며 보릿고개 넘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더구나 왜적과 오랑캐의 침범으로 약소국가의 설움을 인내할 수밖에 없었으며 근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에 강제 병탄되어 더욱 시달려야 했다.

광복 후 가까스로 38선 이남에 대한민국이 건국하고 이북에는 공산정권이 들어서 조국은 양분되고 말았다. 게다가 6.25를 발발한 북한공산군의 남침으로 강토는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으며 넘쳐나는 피난민과 고아로 세계 최하위의 빈곤국으로 전락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부정부패분자들은 자신의 뱃속만 채우는 인면수심의 만행을 서슴지 않았으며 국민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질 뿐이었다. 그나마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관권과 금권으로 얼룩졌다. 이에 저항한 학생들의 궐기로 4.19혁명은 역사상 최초의 시민혁명을 성공시켰다. 인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생존권을 확보하는 민주화의 기초를 다지게 된 것이다.

5.16쿠데타가 군사정변임에도 산업화의 꿈을 실천하여 국가의 중흥을 바라보게 된 것은 역사상 괄목할 업적이 되었다. 비록 유신독재 등 인권을 유린하고 언론을 탄압한 반민주적 정치가 횡행했으나 이른바 개발독재의 성공으로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민주화의 성공과 산업화를 동시에 이룩한 국민적 자부심은 여기서 비롯된다.

이번 대선에서 독재자의 딸로 지칭되던 박근혜가 당선할 수 있었던 동인(動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박정희는 비록 독재자였지만 못살던 나라를 부흥시키고 국민에게 먹고 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준 지도자로 추앙받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뜻이다. 물론 국민의 생활향상은 한 사람의 지도자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국민의 희생이 더 큰 몫을 차지한다.

희생을 기반으로 자기 몫이 아니라 국민 몫을 앞세웠기에 국민은 더 큰 희생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독일에 파견된 광부들과 간호사들은 열악한 환경을 무릅쓰고 조국 발전에 이바지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군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어떻게 국민적 단결을 도모할 수 있었겠는가. 건설 수출 생산을 모토로 내세운 경제발전의 청사진이 활짝 펼쳐지며 우리는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국토의 인프라도 날이 새면 바꿔질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삼성과 LG등 대기업들은 소니나 노키아등을 제치고 세계제일의 상품을 내놓는다. 유엔 사무총장이나 세계은행 총재도 모두 국력신장에서 나온 위상이다. 이런 긍정의 후면에는 빈부 양극화라는 아픔이 따른다. 이를 극복하려는 수많은 노력으로 복지문제가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더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기술발전, 수출증대, 품질향상, 건설촉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난제들이 기다린다. 우리나라에 가장 어려운 것은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없는 것은 수입해 올 수밖에 없다. 원유수입이 가장 큰 문제인데 가능한 대로 아껴 써야만 된다. 그러나 공장이 돌아가고 수송능력을 최대한 증진시키려면 어쩔 수 없이 기름이 들어간다. 이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은 더 많은 수출로 외화를 벌어드리고, 건설 해외수주를 늘리는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는 외국에 고속도로를 건설했으며, 뙤약볕 중동 땅에서 수도관을 묻는 등 해외건설에서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태국 정부는 지난번 홍수피해에서 보듯이 물 관리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는 나라다. 그들은 한국의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에 착안했다. 관계 전문가들을 파견하여 4대강 현장을 둘러보고 상습적인 침수와 홍수를 방지하는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이를 본떠 12조원 규모의 통합 물 관리사업에 착수하고 국제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건설사들이 한국의 수자원공사와 경합을 벌인다. 그 중에서 수자원공사는 4대강을 건설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 어느 나라보다도 유리한 입장이다. 수도 방콕을 경유하는 차오프라야 강을 비롯한 25개의 강을 대상으로 총 6000km의 거대한 사업이다.

오는 4월경 수주업체가 결정될 예정인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한국의 환경단체가 있어 자칫 국익을 좀먹을 형편이다. 환경운동연합. 이미 완공된 ‘4대강복원’을 주장하는 뚱딴지다. 태국 환경단체와 연합하여 4대강을 왜곡할 것으로 보인다. 3국 정상들까지 나서서 수주를 위한 경쟁을 하고 있는 판에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환경운동을 빙자한’ 이들의 행위는 반국가적이며 비애국적이다.

시민운동으로서의 환경문제는 쓰레기, 공기오염, 수질오염 등 우리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만도 산적해 있음을 그들이 더 잘 안다. 국제적으로 나서는 것은 북한인권이나 핵문제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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