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주름잡는 국산차.홈그라운드에서 맥 못춰..
 
국내 완성차 업계가 해외에서 잇달아 사상 최대 판매기록을 세우며 승전보를 울리고 있지만, 유독 '홈그라운드'인 국내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주장이며 한편으로는  오해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가 자동차 시장의 점유율을 내주지 않는 것 자체가 웃기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제조, 판매되는 5개 브랜드와 달리 수입차는 전 세계적으로 25개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공략 중이다. 게다가 제품군도 국산차 못지않게 막강하고, 가격도 많이 낮아졌다. 따라서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이상하다 할 수 있다.

자동차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각자마다 다 틀리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국산차가 수입차에 비해 뒤져 보일 수도있을 것이고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선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국산차가 선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차급별(CC)로 경쟁하는 승용차의 점유율만 보면 예상보다 많이 수입차에게 내주지 않아서다.

수입차 점유율이 본격 늘어나기 시작한 때는 유럽과의 FTA가 발효된 지난 2011년부터다. 그 해 수입차와 국산차가 직접 부딪치는 승용차 판매는 131만4,600대에 달했다. 이 가운데 수입차는 10만3,600여대로 점유율은 7.9%였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과의 FTA가 시작되고, 유럽연합 FTA 약속에 따른 2단계 관세율 인하가 적용되면서 수입차 판매량은 13만1,000대, 점유율은 10%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승용차 전체 판매량이 전년 대비 0.4% 줄었으니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였던 셈이다. 국산차가 수입차에 밀렸다고 보는 이유다. 

그러나 뒤진 국산차라도 업체별 상황은 제각각이다. 판매량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 현대차는 오히려 지난해 전년 대비 7,020대 늘었고, 한국지엠과 쌍용차도 3,900대와 8,900대를 더 팔았다. 반면 기아차는 3,990대 감소했고, 르노삼성차는 무려 4만9,300대를 뱉어냈다. 결국 늘어난 수입차 판매량 2만7,500대의 대부분이 르노삼성의 물량이었던 셈이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한 해석도 천차만별이다. 현대기아차가 수입차에 시장을 내주면서 르노삼성의 점유율을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고, 수입차 내에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늘어나는 시장에서 수입차가 국산차와 경쟁함과 동시에 다른 수입 경쟁사의 점유율을 상위권 수입 브랜드가 흡수했다는 얘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판매된 승용차 중 수입차의 점유율이 10%를 돌파했다고 발표 했다.지난해 11월까지 판매된 수입차는 12만19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7% 늘었다. 내년에도 무난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국산차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다.

이에 고급화 전략을 노리고 있는 현대차의 방어 태세가 눈에 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지난해 10월25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내수시장에서 고객 서비스 혁신을 통한 수입차 방어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고급차에 들어가는 신기술을 저가 차종에도 확대하는 등 독일차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가 '크고 비싼' 프리미엄 모델을 내놓으며 고급화 전략을 꾀했지만 대형차 차급에선 수입차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은 데다, 최근 수입차가 가격경쟁력 갖춘 소형차까지 내놓는 등 공격적인 시장 전략도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현대차가 수입차 매장이 즐비한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플래그십 브랜드 스토어를 연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적진에 고급화 매장을 입성시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적극적인 고객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i30, i40, 벨로스터 등 유럽형 모델들로 PYL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수입차를 의식한 행보로 읽히고 있다.

수입차 업체도 AS(애프터서비스) 강화 전략으로 국산차에 대응하고 있다. 그간 수입차의 최대 문제점으로 꼽혔던 AS 문제를 서비스센터 확충 등의 실질적인 방안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 코리아 사장도 올 한해 경영 계획을 발표하며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을 기쁘게 하는 원년으로 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우디 코리아는 신규 전시장 4곳과 확장이전 전시장 4곳 등 8개, 신규 서비스센터 3곳과 확장이전 서비스센터 3곳 등 6개를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포드코리아의 경우도 한국 시장에 출시한 차부터 전 모델의 일반 부품 보증 수리 기간을 5년ㆍ10만km로 연장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특정 모델이 아닌 모든 모델에 적용시킨 사례는 포드가 처음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최근 520억원을 들여 경기도 안성시에 예비 부품을 확보하기 위한 부품물류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센터 건립에 따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향후 AS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센터는 2014년 6월 정식 운영될 계획이다.

더크 슬래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부사장은 "PDC 설립과 운영을 통해 한국시장에서도 안정적인 부품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보다 빠른 서비스를 통한 품질향상과 고객만족도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분석을 뒤로 해도 분명한 것은 수입차의 성장이 앞으로도 불을보듯 뻔하다. 하지만 성장하는 브랜드와 정체된 브랜드의 구분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산차와 수입차 전체의 경쟁구도를 보는 숲의 시각도 좋지만 브랜드 간 경쟁이 펼쳐지는 나무들의 개별 경쟁도 함께 살펴보는 게 현명하다. 수입차 전체에서 독일 브랜드 점유율이 60%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숲과 나무'의 관계에서 보면 외형적인 숲의 모습은 올해도 유지되겠지만 나무들의 영양분 흡수 경쟁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대부분 경쟁사에 점유율을 헌납(?)했던 르노삼성의 도약이 불가피해서다. 현대차가 연초부터 수입차 공략을 대비하는 각종 내부 워크숍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산 경쟁사에서 더 이상 가져올 게 없는 만큼 수입차 방어선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13만5,000대를 목표로 삼는 수입차에게 현대차 저지선은 그야말로 철옹성이 될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날카로운 창(독일차)과 단단한 방패(현대차)의 싸움은 올해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수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언제까지 우리 국산차의 홈그라운드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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