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특위의 22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이틀째 인사청문회에서도 헌재 재판관 시절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규정된 용도대로 다 사용했다”며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이날까지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논란이 증폭됐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2개의 통장 외에 제3의 통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야당 의원들은 이를 특정업무경비 유용과 연결지으며 집중 공격했다.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 =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임 6년간 3억2천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현금으로 받아 개인계좌에 넣은 것 자체가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재임기간 경리 업무를 담당했던 김혜영 헌재 사무관은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계좌에 입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는 박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시절(2006∼2012년) 총 수입은 약 8억원, 최소 지출비는 약 4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후보자와 배우자의 순예금 증가액은 5억7천만원”이라며 특정업무경비가 사적으로 유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사무관은 헌재 측이 국회의 요구에도 특정업무경비 사용 내역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일단 관행도 있고 공개했을 때의 파급 효과를 고려해서다. 정부부처 기관이 낱낱이 공개한다면 저희도 공개하겠다”며 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이 후보자는 “제게 권한이 없다”고만 답했다.

◇野 위원들 “제3통장 존재..특정업무경비 흘러가” = 전날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역사상 청문회에서 자신의 모든 통장내역을 낸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야당 위원들은 2개의 신한은행 통장(급여계좌, 특정업무비계좌) 외에 제3의 통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영교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12년 9월 퇴직 시 연말정산에서는 신한은행 계좌에 2억9천만원이 있다고 신고했는데, (국회 제출한) 2개 계좌 총액과 2억7천여만원의 차액이 발생한다”며 제3통장 존재 가능성을 주장했다.

야당 위원들은 제3통장이 초단기금융상품인 MMF라는 사실을 추가 확인해 공개했다.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를 넣어둔 개인계좌(B통장)에서 MMF 통장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수시로 입출금하며 특정업무경비를 ‘운용’했다는 것이다.

박범계 의원은 “2008년 1월24일부터 2012년 9월6일까지 B통장에서 MMF로 (돈을) 하루 혹은 이틀씩 넣었다 빼는 행태가 특정업무경비를 제대로 사용한 것인가”라며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홍근 의원은 “국민의 세금인 특정업무경비로 예금자 보호도 안 되는 상품에 이자 놀음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영교 의원은 MMF 통장에서 이 후보자의 자녀 유학금도 송금됐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애초 제3통장 존재 여부에 대해 “집에서는 없다고 한다”며 부인했으나 MMF 통장의 존재가 밝혀지자 “옛날에 갖고 있었다”며 “B통장에서는 마음대로 뽑아 쓸 수 있는 것이다. 횡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를 제대로 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B계좌에 넣은 것 같다”며 “B계좌에 넣어놓고 특정업무경비 용도에 맞게 쓰나, 이자 많이 주는 MMF에서 빼쓰나 뭐가 다르나고 생각한 거 같다”고 이 후보자를 두둔했다.

◇딸 삼성 특채ㆍ잦은 해외출장ㆍ정치후원금 논란 = 이 후보자는 3녀의 삼성물산 특채 의혹과 관련, “맹세코 딸이 삼성물산에 입사한 것에 일절 관여한 바 없다”고 재차 부인했다.

2010년 프랑스ㆍ스위스 출장과 관련해선 “문화 시찰 명목이지만 제 생각이 짧지 않았나”라며 “(공식 출장 뒤) 휴가로 달았으면 되는데 문화시찰 기간이 뒤에 붙은 건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2006년과 2007년 한나라당 장 모 의원에게 10만원씩 두 차례 후원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국회의원의 개인 후원회는 공무원이 후원금을 내서는 안 되는 정당이나 정치단체에는 해당이 안 된다”며 이 후보자가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개인 후원회가) 정치단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봤다”면서도 “법제처 유권해석에 공무원이 후원회에 후원하면 그게 위법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며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다.

◇법원 내부 제보 관련 의혹 ’정면 부인’ = 대전에서 근무하던 당시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가면서 직원에게 승용차를 운전하게 해 톨게이트까지 간 뒤 직원을 내리게 해 걸어서 돌아가도록 했다는 주장과 자신의 법복을 입히고 벗기는 일을 여직원에게 시켰다는 법원 내부 제보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장남이 군 복무 중 일반사병의 두 배가 넘는 97일의 휴가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과 관련, 이 후보자는 “부대에 독특하게 쿠폰제가 있고, 포상휴가를 받은 것이다. 아들이 군대 적응을 아주 잘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본인이 직접 관용차를 몰다가 과태료가 발생하자 총무과에 대신 납부해달라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후보자는 “물어보니 총무과가 아니라 개인이 내는 거래서 낸 기억이 난다”며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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