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건들지 말라'기초연금 공약으로 갈등 조짐
'국민연금 건들지 말라'기초연금 공약으로 갈등 조짐
  • 윤장섭 기자
  • 승인 2013.01.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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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건들지 말라! 기초연금 공약서 시작된 갈등 본격화

기초연금 내년 도입되면 당장 8조5000억 더 필요 무상보육 예산의 4배.. '증세없는 복지' 난관예상

기초연금 도입으로 국민연금 안정성 깨질 우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기초연금 도입과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몆가지 문제점과 관련 관계기관의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초연금의 막대한 재원은 어느 세대가 어떤 돈으로 부담해야 하는지, 부유한 노인층까지 기초연금을 주어야 하는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낮춰야 하는지 등 공적 노후보장제도 재편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증세는 한계에 부딧치고 국민연금 활용은 갈등소지가 다분하다.

정부가 고심하는 것은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그대로 집행할 경우 내년부터 예산이 현재의 3배 가량 들어간다는 것이다. 대상이 소득하위 70% 노인(65세 이상)에서 전체 노인으로 확대되고 월 9만7,100원인 연금액을 월 약 20만원으로 올리면 내년에만 13조1,970억원이 투입된다고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현행 제도의 소요예산(4조6,190억원)의 2.8배, 지난해 정치ㆍ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ㆍ유아 무상보육예산(3조4,790억원)의 4배에 가까운 액수다.

소요재원을 이보다 조금 절감하기 위해 인수위는 군인ㆍ공무원ㆍ사학 등 특수직역 연금수혜자중 노인 24만명(약 5,700억원)을 기초연금 수급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초연금 신청절차를 번거롭게 해서 초고소득층이 자연스럽게 안 받도록 유도하는 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득상위 30%에 대해서는 20만원보다 낮은 액수를 차등 지급하는 안도 여당 내에서 검토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운 이상 세금으로 이 비용을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보사연은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조세개혁을 통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세수를 14조원 정도로 추산했는데, 의료, 보육, 장애인 분야의 추가예산도 각각 수조원 대에 이르러 여전히 12조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인수위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의 틀로 흡수해 2012년 27조원에 달한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의 일부(2조~4조원)를 기초연금에 활용하겠다는 결론으로 치달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그렇다면 노인빈곤과 노후보장중 무엇이 우선인가?

국민연금 수입으로 기초연금을 지원하는 안은 세대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고 국민연금 가입자들을  설득시키기 어렵다. 가입자들은 "내가 낸 보험료로 왜 국민연금에 한푼 기여하지 않은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가"라며 반감을 표시하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복지정책 비정부기구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후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손쉽게 국민연금에 손대서는 안 된다"며 "불필요한 정부지출을 줄이고 그래도 안되면 공약을 바꾸거나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미 10년씩 보험료를 낸 기존 국민연금가입자들이 받는 연금이 기초연금 수준과 비슷한 가입자들이 많은데, 국민연금으로 기초연금을 지원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지원을 찬성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가입자 개인의 노후 연금이 아니라, 현 세대를 위해 기여한 앞 세대를 부양하기 위한 일종의 준조세"라며 "적립금을 400조원씩 쌓아놓고 45%(노인빈곤율)의 노인을 가난에 방치하는 나라가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찬성의견을 표시했다.

이재훈 민주노총 정책부장은 "국민연금제도는 '앞 세대에 대한 후세대의 부양'이라는 세대간 합의"라며 "적립금이 과도하면 나중에 현금화할 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기금 전용에 긍정적 입장을 표시했다.

국민연금 고갈 막을 출구전략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기초연금 도입으로 국민연금이 흔들릴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가만 있어도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저소득층이 많고, 오히려 기초연금의 액수를 높여달라는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 현재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39%(약 105만명)가 월 연금액 20만원 이하를 받는 저소득층이다. 이들은 10~20년씩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65세만 되면 같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을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재정 고갈도 우려된다. 2008년 계산으로 국민연금은 2043년, 2,465조원이 적립돼 정점을 찍고 2060년 소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기초연금을 지원하게 되면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는 더욱 앞당겨지게 된다. 국민연금 수급시기를 늦추거나 액수를 낮추는 등의 재정안정 대책이 있지만, 이미 수급연령을 65세로 늦추고 연금 지급액을 평균소득의 40%로 낮추는 개혁안을 실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국민연금의 노후보장 기능까지 훼손할 우려가 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한 우리나라의 연금지출의 규모는 GDP 대비 0.9%(2010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최하위다. 급격한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2050년에는 이 비중을 GDP대비 9.8%까지 높여야 한다. 결국 지금부터라도 각 세대별로 얼마나 세금을 더 낼 것인지 '세대별 증세 로드맵'을 짜고, 국민연금 재정으로 기초연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가입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정치권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 대다수가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해결할 수 있을만한 성숙시기에는 기초연금을 축소시키는 출구전략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하면 수급개시연령을 상향조정 하는 방안이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평균수명연장 등을 고려하여 수급연령을 연장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적인 근거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회적으로 은퇴연령이 함께 늦춰져야 부작용이 최소화 될 수 있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노인층의 고용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보험료율 인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험료보다 급여가 큰 현재의 구조를 정상화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잖아도 국민연금 납부액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쉽지 않다. 가계 소비나 저축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가장 복잡한 방식은 현재 국민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그래서 소득비례연금을 보험료 납부액, 경제성장 및 인구변동에 연동되는 방식으로 설계하면 연금 고갈 위기가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스웨덴의 연금제도를 국내의 상황에 맞게 변용하여 적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공약도 굳이 따지자면 이러한 방향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준의 제도개혁은 이해관계자 다수를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의회와 정부가 이러한 합의의 과정에 이를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이 있는지가 불투명하다.

연금제도가 양극화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망각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나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등은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연금개혁안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독신가구와 부부가구의 수혜액 비율이 1대 1.6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기초연금의 경우 그 비율이 1대 2이므로 이는 양극화 해소라는 연금제도의 일부 목적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연금제도 개혁에는 이처럼 풀어야 할 많은 매듭이 존재한다.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어떤 문제에 분노하다가도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쉽게 잊어버린다. 하지만 연금제도 문제는 서민층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과 새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에 대해 계속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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