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 게재…"육영수 저격사건 범인은 미확인"

"비극으로 떼밀려 올라간 정치무대(Pushed onto the political stage by tragedy)"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한국의 차기 대통령 취임식을 한 달 앞두고 박근혜 당선인의 가족비극과 정치인생을 1면에 소개하면서 이런 제목을 달았다.

WP는 지난 1974년 스위스에서 공부하고 있던 박 당선인이 모친인 육영수 여사가 변을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거 귀국한 뒤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뒤바뀌었으며, 결국 최고지도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당시 저격사건으로 박 당선인은 미국 케네디가(家)와 비슷한 `신비감(mystique)'을 얻는 동시에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해 헌법을 고치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을 투옥, 처형한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옆에서 권력을 학습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국의 노인들은 그 이후로 박 당선인이 자신보다는 국익을 우선하기로 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WP는 특히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저격 사건' 당시를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육 여사가 괴한(gunmanㆍ문세광)이 쏜 총에 맞았는지 대통령 경호요원이 쏜 총에 맞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내 일각에서 당시 사건에 대해 경호팀의 대응사격으로 육 여사가 숨졌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보도로 여겨진다.

이어 WP는 모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퍼스트레이디'의 자리에 오른 박 당선인이 이후 부친인 박 전 대통령마저 암살되는 비극으로 청와대를 떠난 뒤 20여 년 만에 다시 정치에 뛰어들었으며,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지원유세 중 이번에는 자신이 테러의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밖에 박 당선인이 지난 2007년에 이어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의 문제는 물론 최태민 목사와 유산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답변을 요구받았다고 덧붙였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은 박 당선인을 볼 때 2가지 얼굴을 동시에 본다"면서 "국가경제와 경제안보 등을 얘기할 때는 부친의 얼굴을, 복지와 국민행복을 얘기할 때는 모친의 얼굴을 본다"고 말했다.

WP는 이날 서울발로 1면과 7면에 걸쳐 박 당선인의 인생을 소개하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지난해 말 선거유세 사진과 과거 청와대에서 부모, 형제와 찍은 가족사진도 함께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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