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특별사면 겨냥·다른 대기업에도 영향 끼칠까?


국내 10대 재벌기업인 한화그룹이 최근 비정규직 2043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키로 했다고 밝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한화그룹의 인사이동은 대기업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다른 기업들의 정규직 전화에도 영향을 끼칠지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화그룹의 정규직 전환 대상은 호텔·리조트 서비스 인력, 백화점 판매사원, 직영 시설관리 인력, 고객상담사 등에 종사하는 계약직 사원으로 60%에 달하는 1200여명이 여성인력이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 비정규직 직원은 5000명에서 3000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특히 전체 임직원 중 비정규직 비율도 17%에서 10.4%로 내려가게 되는데 이는 지난해 8월 통계청이 집계한 국내 비정규직 비율 33.8%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의 이번 정규직 전환 결정으로 인해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화요구가 빗 받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규직 전환 대상은?

한화그룹의 정규직 전환 대상은 계약직으로 채용된 직원들로, 여성 직원이 전체의 60% 이상이다.

계열사별로는 한화호텔&리조트가 725명, 한화손해보험 533명, 한화63시티 209명, 한화갤러리아 166명 등이다.

한 한화그룹 관계자는 “정규직화할 수 있는 계약직은 거의 정규직화한 것”이라며 “정규직화하지 못한 직종은 단체급식 등 용역이나 계약을 1년 단위로 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또 한화그룹은 앞으로 이들 계열사의 서비스, 고객상담사, 사무지원, 사무관리, 직영시설관리, 판매사원 등 상시성과 지속성을 띠고 있는 업무에는 계약직 채용 관행을 없애고 정규직을 채용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른 비용은 규모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측은 “계열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20여억 원이 추가로 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비용에 대해서는 “한화그룹의 비정규직들에게 그동안 준 정규직과 같은 혜택을 줬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연 회장 특별 사면 겨냥한 것?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국내 비정규직의 숫자는 현재 600만 명에 이르고 고용기간 1년 미만인 임시직이나 일용직까지 포함하면 9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한화그룹의 인사이동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가 다른 대기업들보다 먼저 발표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어차피 시대적 흐름이 그런 것이므로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라며 “사회적으로 큰 화두가 일자리 창출이고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이니 그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10월 9일이 그룹창사 60주년이었는데 김승연 회장이 8월 법정 구속되면서 큰 잔치를 하지 못했고 상생의 조치에 대해 고민한 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새 정부 고용 정책에 끼워맞추기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과 함께 “김승연 회장의 특별 사면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29일께 단행될 특별사면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김 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의 국무회의에서 확정될 사면대상에 김 회장을 포함한 대기업 관련자들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5개월여 수감됐지만 지병인 당뇨와 우울증이 악화되고, 최근 폐기능이 떨어져 호흡곤란으로 인한 저산소증을 앓으면서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이다.

다른 기업에도 영향 끼칠까?

한화그룹의 이번 결정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여론을 의식한 다른 기업들도 무언의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는 대기업의 고용안정을 당부한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한 몫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선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화의 정규직 전환 발표는 고용안정 등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하나의 액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 문제로 큰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가장 큰 부담을 느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이번 한화그룹의 정규직 전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또 한화그룹의 정규직 전환으로 “여론을 의식한 다른 기업들도 속속 동참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내놓고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