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게 사고치는 "한화그룹"

모처럼 밝은 기사가 올라왔다. 한화그룹이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선언하면서 새 정부 출범에 앞서 기분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한화그룹은 호텔, 리조트 서비스인력, 백화점 판매사원, 직영 시설관인력, 고객상담사 등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직무에 종사하는 계약직 직원들에 대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규모도 적은 것은 아니다. 오는 3월 1일부터 시행하는 정규직 전환의 대상자는 무려 2,043명이라고 했다.

한화그룹의 이번 정규직 전환이 주는 의미는 크다. 2천여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의 전환이라는 점 외에도 국내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진행된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볼수 있다. 한화그룹은 이렇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이들에 대해 기존의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 및 정년 보장과 함께 승진의 기회도 보장한다고 밝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다.

한화그룹 장일형 사장은 "이번 정규직 전환은 한화의 정신인 '신용과 의리'와 '함께 멀리'라는 그룹의 가치를 적극 실천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아 경제적,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은 올초 금융권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신한은행과 신한생명은 계약직 직원 830명과 200명을 각각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기업들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상시ㆍ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과 궤를 같이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실질적인 고용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2015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명시했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한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처럼 한화와 금융권의 발빠른 행보는 다른 그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정규직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차에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획기적인 정규직 전환으로 한화그룹은 전체 임직원의 비정규직 비율을 10.4%까지 낮추게 된다. 이는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비율인 33.8%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인 25%보다도 매우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상시적이고, 지속성을 띤 업무에는 계약직 채용 관행을 없애고 정규직 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전했으며,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동일한 업무는 추후 정규직으로 계속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화의 비정규직 비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 중 하나인 한화그룹의 이러한 결정은 추후 다른 기업들은 물론 사회 전반에도 충분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이번 한화그룹의 결정이 주는 의미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정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직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에게 고용안정을 강조했던 내용에 부합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지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민간부문의 정규직화 노력으로 2015년까지 비정규직 비율을 10%까지 줄이겠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4만 6천 명에 대한 단계적 정규직 전환히 발표되었고, 신한은행과 산업은행, 외환은행 등 금융권의 정규직 전환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10대 그룹 중 하나인 한화그룹의 과감한 결정은 정부의 노력과 기업의 실천이 하나로 이어지는 고용안정의 촉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비정규직 노조의 철탑농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다른 대기업들 역시 고용안정을 위한 청사진을 빠르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해묵은 노사갈등의 고리를 끊고 발전적인 노사관계 정립으로 우리 기업이 국제적인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능케 한다.

한화그룹의 이번 정규직 전환 조치가 고용안정을 통해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청년 실업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사회갈등을 치유하는 종합적인 대한민국 '힐링'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재계 또한 박근혜 당선인 공약에 발 맞추기 나설 것 으로 보여진다.

한화그룹이 비정규직의 대거 정규직 전환을 단행하겠다고 나서면서 박근혜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대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물꼬가 터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제 다음은 어느 기업이 나설지가 궁굼하다. 모처럼 벽두부터 사고를 친 한화그룹을 보면서 올 한해는 모처럼 출발부터 징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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