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집 지분 팔면 집 주인이 둘 되는 셈인데… 누가 그집을 사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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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5일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토론회에서 "하우스푸어 문제도 참 시급하게 해결을 해야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이 우선순위를 높게 두고 있는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하우스푸어 대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공약으로 내건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하우스푸어 관련 박 당선인의 공약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하우스푸어가 갖고 있는 주택의 지분 일부를 공공기관이 매입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주택연금(보유 중인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일정액을 받는 역모기지론) 가입 대상을 50대 이상으로 확대해 집에 묶인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대략적인 밑그림만 그려져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지분 일부 매입 제도 "신청자 적을 것"

주택 지분 일부 매입 제도는 하우스푸어가 보유한 주택의 지분을 최대 50%까지 공공기관에 매각하고, 월세를 내면서 그 집에 계속 거주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5억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고 주택담보대출이 3억원인 사람이 아파트 지분의 절반을 넘겨 2억5000만원을 받아 빚을 갚으면 대출금이 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주택 소유자는 지분을 넘긴 2억5000만원에 대해 일정한 비율로 월세를 내야 한다. 내용만 봐선 하우스푸어의 부채 경감에 상당한 도움을 줄 제도로 보이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많아 실제 이 제도를 이용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하우스푸어 해결책으로 도입한 트러스트앤드리스백이 신청자가 3명에 그치면서 실패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 제도는 집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은행에 맡기고 월세를 사는 방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택처분권을 은행에 맡기는 것에도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많았는데 아예 지분 일부를 팔아야 한다면 거부감이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회사 임원은 "주인이 둘인 집을 누가 사려고 들겠냐"며 "집을 사고파는 데 장애물이 되면서 주택 거래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투자한 사람을 정부가 구제해준다는 형평성 논란도 새 정부에는 숙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택 소유자가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그렇게 되면 이 제도를 신청하려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문제점 때문에 인수위나 금융위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느라 고민에 빠져 있다. 현재 대상을 19만 가구로 추정되는 '깡통주택(경매 처분해서 건지는 돈이 대출금보다 적은 집)'으로 한정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만 대상을 압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 대비용인 주택연금을 빚 갚는 용도로 쓰면 부작용 생겨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잡히고 매달 연금 형태로 생활비를 조달하는 것인데, 현재 만 60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 주택연금을 50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박 당선인의 공약이다. 2010년 통계청 조사에서 전국의 60세 이상 중 자가(自家) 소유 가구는 326만 가구이고, 50대는 240만 가구였다. 가입 대상을 한꺼번에 74% 늘리겠다는 것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는 총액의 절반을 일시불로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돈으로 빚을 갚으면 가계가 빚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빚을 갚는 것은 노후를 안정적으로 대비하게 하자는 주택연금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유경원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일시불로 빚을 갚고 나면 매달 받는 연금 액수가 크게 줄어 노후생활이 더 곤궁해지고, 결국 이런 사람들을 보살펴주기 위한 재원 부담이 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집값 대비 대출금 비율이 60~70%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주택연금을 활용해도 빚을 다 못 갚는 경우가 많아 크게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의 연구위원은 "주택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해 빚을 갚게 하면 부실 대출을 빨리 상환받는 금융회사만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

집을 살 때 지나치게 대출을 많이 받은 탓에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이 커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말한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다 갚지도 못하는 '깡통 주택' 소유자도 하우스푸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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