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5시 퇴근해 곧장 집으로

29일 전격 사퇴를 발표한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아침 8시 30분쯤 서울 무악동 집을 나섰다. 새벽마다 꾸준히 해오던 아침 수영도 걸렀다. 김 전 후보자는 오전 10시 총리실 관계자로부터 인사청문회 준비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그간 제기된 의혹을 해명할 준비가 마무리됨에 따라 최종 보고를 드렸다"고 했다. 총리실은 이때만 해도 "재산·병역 등 의혹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30일 종합 해명 자료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임명으로 불거진 인사 논란이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를 거쳐 김 전 총리 후보자 사퇴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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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거세지는 검증 공세

하지만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추가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김 전 후보자가 2008년 법조계 전문매체와 가졌던 인터뷰도 불거졌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퇴임 후 은퇴 자금은 어떻게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은행에 예금하는 것 이외에는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1970년대부터 본인과 자녀 등 명의로 사들인 부동산을 전국 각지에 최소 7건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법률가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언행일치"라면서 "청문회를 통해 엄격히 따져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언주 대변인은 김 전 후보자가 2005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재직 시 이웃돕기성금으로 지정 기탁된 돈 40억여원을 불법 유용해 광화문 모금회 사옥을 매입했다가 보건복지부 감사를 받았고 이후 돌연 사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등 여권에서도 김 전 후보자에 대해 "걱정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퇴 결정 어떻게 나왔나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저녁 7시쯤 김 전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전격 발표했다.
윤 대변인은 "김 전 후보자는 오늘 오후 당선인과 면담을 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면서 "오후 6시 8분쯤 통의동 사무실에서 저에게 발표문을 정리해줬다"고 했다.

진영 부위원장과 유일호 비서실장 등 박 당선인의 최측근들조차 이날 발표 직전에 윤 대변인을 통해 김 전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5시쯤 인수위 토론회가 끝난 후 곧바로 삼성동 자택으로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 전 후보자가 박 당선인에게 사의를 표한 시점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아웅산 수치 여사와 면담 전후이거나 전화 통화에서 했을 가능성이 크다.

윤 대변인은 김 전 후보자의 사의 표명에 대한 박 당선인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직접 들은 바 없다"고만 했다. '부담을 느낀 박 당선인이 먼저 물러나라고 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박 당선인 측은 "당선인이 그럴 사람이냐"고 했다.

김 전 후보자는 이날 인수위 국정토론회에서도 평소와 같은 태도를 보여, 주변에서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오후 6시쯤 삼청동 인수위 기자실에 떡볶이와 귤을 돌렸다. "검증을 살살해달라는 의미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지만, 이때는 이미 박 당선인에게 사의를 표명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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