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통일에 대한 일가견을 피력하지 않은 정권은 없다. 새로이 정권을 잡은 지도자는 어떤 정책을 펼쳐나갈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정책을 입안하는 문제는 후보시절부터 이미 갈고 닦아온 일이지만 막상 정권을 쥐고 실무에 임하려고 하면 공약으로만 내걸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 저러한 것을 하겠다.”고 표를 얻기 위해서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은 것도 새로 정비해야 한다.

여야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약속한 ‘복지’ 문제는 그런 의미에서 크게 손질해야할 부문에 속한다. 지금 박근혜 당선인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번 약속했던 것만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올바르고 훌륭한 태도다. 다만 현실적으로 벽에 부딪칠 수도 있음을 먼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우선 재원 염출에 대한 확고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부자 증세보다도 지하경제를 철저히 추궁하여 세원을 늘린다는 방법도 좋고, 복지혜택 연령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다. 모든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재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국민에게 호소하여 이를 취소할 수도 있다.

일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 복지공약으로 모처럼 정권을 잡았다가 채 3년도 못되어 도중하차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을 보면 재빠르게 공약을 취소하지 못한데 있다. 국민은 정부에서 설득하고 호소하면 양해하게 된다. 다 해줄 것처럼 억지로 질질 끌다가 막판에서야 백기를 던지면 오히려 반발심이 생겨 결국 참혹한 패배를 자초하는 셈이다. 일본 민주당의 전철은 새 정부에게는 타산지석이다.

지금 인수위원회는 2월25일 취임식에 앞서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조직법을 손대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인선 등 인사문제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첫 번째 인사로 김용준 총리후보를 내세웠다. 누가 봐도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느닷없이 터져 나오는 부동산 투기의혹과 두 아들 병역문제 등으로 언론의 검증이 만만찮다.

청문회를 통하여 해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명박정부가 퇴임선물로 특사를 단행했다고 하여 여론이 비등하다. 이미 본란을 통하여 사면은 옛날 옛적부터 국민화합과 국론통일을 위한 방편으로 국가 최고지도자가 자기 책임 하에 단행하는 고유권한임을 강조한바 있어 다시 논하려고 하지 않지만 신구정권의 충돌처럼 비치는 것은 유감이다.

떠나는 대통령에 대해서 넉넉한 마음으로 봐주는 것이 예의다. 한국의 현안은 북한 핵이다. 경제, 복지, 사회문제 등 복잡다기한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것은 내치의 문제여서 여야가 협상을 통해서 조절해 나가면 된다. 그러나 북한은 헌법상 한반도내의 우리 영토지만 현실적으로는 엄연히 적대적인 국가로 존립하고 있다. 민족 최대의 비극이었던 6.25전쟁을 통하여 우리는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고 지금도 날카롭게 대립하여 언제 어디서 충돌할 것이지 가늠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천안함 폭파나 연평도 포격이 우리를 두렵게 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그보다 한발 앞서 이제는 장거리 미사일과 핵 위협이 현실적으로 눈을 부라리고 있다. 은하3호를 발사하여 북한의 미사일은 1만키로 이상의 먼 곳까지 타격할 능력을 보유했음을 과시했다.

이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가 만장일치로 통과하자 북한은 눈이 뒤집혀 광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핵 실험을 공공연하게 발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농축 우라늄 핵을 실험할 것이라는 우리 전문가들의 견해가 들어맞는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장거리 미사일에 농축 우라늄이 합해지면 가공할 공격수단이 강화된다. 국가안보는 백척간두의 위기를 맞는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유엔 각국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북한을 후원하는 중국조차 핵 실험만은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그나마 기대가 된다.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이 북한제재를 외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제재하겠다는 위협에 굴복한 일이 없는 북한의 태도로 볼 때 별무효과로 생각된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는 경색되어온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대선에서도 수없이 논란을 빚었지만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는 없어질 수 없는 상극이다. 서로가 미워하고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멀리한다. 그래선 안 된다. 이념이나 사상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만 대화가 된다. 북한을 찬양하고 옹호하는 세력은 단연코 용서할 수 없지만 진보좌파를 싸잡아 욕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이를 어떻게 구분하느냐 하는데 있다.

그것은 새 정부가 통일의 대업을 성취할 수 있는 큰 틀에서 현안을 헤쳐 나가는데 있다. 우선 꽉 막힌 금강산 관광을 풀어야 한다. 박왕자, 천안함, 연평도, 쌀 원조 등 꼬부라지고 막혀있는 현안을 대한민국의 주도로 일시에 풀어주는 통이 필요하다. 김정은 세습도 인정한다.

거대한 민족통일의 담론에서는 하찮은 문제일 수 있는 지엽말단에 매달려 먼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면 그렇지 않아도 주먹만한 한반도에서 언제 큰 세계로 나아가겠는가. 나로호를 통하여 우주에 도전하는 우리는 새 정부의 용기 있는 발상의 전환으로 통일정책을 가다듬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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