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거취를 두고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때아닌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는 사실상 힘들어졌다.

악화된 여론까지 더해져 사실상 사퇴수순을 밟고 있지만 그 책임을 두고 청와대와 박 당선인 측이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쟁은 후보자 지명과정에서부터 불거졌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이 후보자,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민형기 전 헌법재판관 등 3명을 최종 후보로 압축해 박 당선인 측과 상의했다”면서 “이 후보자를 1순위로 추천했으며, 박 당선인 측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목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했지만 박 당선인이 이 후보자를 고집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박 당선인 측은 “헌재소장 추천 권한은 현직 대통령에게 있다”며 이를 반박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청와대는 지난 30일 “이 후보자의 인선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한 인선”이라며 “청와대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 인수위나 여당의 판단에 달렸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대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31일 “인수위는 현 정부로부터 인수받는 일을 하는 곳” 이라며 “인수위가 그런 사항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는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이 후보자의 인선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박 당선인에게 공직자 후보들의 연이은 낙마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의사를 보였지만 박 당선인 측에서 잠정 보류시켰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분석 때문이다.

청와대 측도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9일 의결된 특별사면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더 이상의 책임은 질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최근 발표된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이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뒀던 녹색성장의 주무 기획관실과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박 당선인이 없애면서 관계 개선의 여지도 크게 줄었다.

현재까지 정황만 보면 이 후보자는 국회 표결통과가 불가능하다. 야당이 워낙 강경한데다 부적격이라는 여론까지 더해진 탓이다.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라는 카드가 남아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 21일 이강국 헌재소장 퇴임 이후 생긴 10일간의 직무 공백은 또 다른 부담이다.

한편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30일 강원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을 초대해 가진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나라를 위해 일할)인재를 뽑아서 써야 하는데, (지금처럼) 인사청문회 과정이 신상 털기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느냐"며 검증과 인사청문회 과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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