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내 친노무현 인사로 꼽히는 김태년 의원이 6일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을 놓고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전략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선평가보고서를 내놨다.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이해찬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김 의원은 지난 4일 발표한 '18대 대선평가의 핵심과 과제'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18대 대선에서 3자 구도가 정립되면서 일부(안 전 후보 측)에서 '각자의 지지층 확대 후 단일화 효과 극대화'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됐으나 이는 현실에는 맞지 않는 설계임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각자의 지지층 확대는 본선을 위한 기획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야권지지층 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단일화용 설계이자 시간 벌기용 정치적 수사의 성격이 강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단일화의 시계만 늦춰 본선 대비 여력을 없애는 역기능을 초래했다"고 안 전 후보 측의 전략을 문제 삼았다.

후보단일화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이른바 집토끼인 야권지지층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다 보니 산토끼인 중도층과 부동층을 껴안는 행보에 제약이 됐다"며 "보수층을 분열시키는 적극적 전략을 구사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단일화 방식 협상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놓고도 김 의원은 안 전 후보 측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는 "안철수 후보 측이 내놓은 공론조사의 문제점은 패널 구성에 있어서 민주당 대의원과 안철수 펀드 가입자를 동수로 구성하는 방안이라 '민주당의 분열을 이용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안 전 후보의 갑작스런 후보직 사퇴를 놓고도 "이번 18대 대선의 단일화는 경선으로 완결되지 못한 채 충격을 주는 일방의 사퇴라는 방식으로 결론이 난 단일화였다"며 "사퇴 후보의 흔쾌하지 못한 행보 등으로 완전한 지지자 통합은 물론 시너지 효과 창출에도 실패했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또 "사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안철수 후보와 캠프의 미숙한 사퇴 결정에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그로 인해 지지자들을 정서적으로 통합시키는 데 결정적 장애가 됐고 단일후보의 이미지를 추락시켰다"고 안 전 후보에게 책임을 돌렸다.

안 전 후보의 지지유세 개시 시점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더욱이 사퇴(지난해 11월23일) 이후 2주일이 지난 후에야 지지행보(첫 유세 12월7일)를 시작한 것 또한 문재인 후보의 본선행보를 제약하고 지지율 상승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안 전 후보의 선거표어였던 '새 정치'도 도마에 올랐다.

김 의원은 "새 정치 이슈에 다른 중요한 국민적 이슈가 함몰돼 표의 확장성에 걸림돌로도 작용했다"며 "박근혜 후보보다 우위에 서 있는 각종 민생정책을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여론지형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단일화와 정치혁신 의제만이 크게 부각됐다"고 비판했다.

또 "새 정치가 반 새누리당 여론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낡은 정치의 한 축으로서 민주당을 부각시켜 선거캠페인의 부정적 프레임으로 작동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더 정확히는 특정 세력과 인사)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방어적이고 부정적인 프레임은 지지율 상승 동력을 떨어뜨리면서 사퇴론과 포기론을 양산하는 등 당과 선대위의 조직역량을 저하시키는 결과로도 작용했다"고 당내 친노 계파에게 집중됐던 공세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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