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2월 법관 정기인사에 이어 2월말 일선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평검사 인사가 예정돼 있다.
3월부터 대기업 관련 수사와 재판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경제민주화 흐름과 맞물려 대기업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한 검찰 수사도 활발해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지난해 ‘검란’으로 한상대 검찰총장이 물러나는 등 국민 신뢰를 잃은 검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기업 비리 등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다할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총수 재판을 앞둔 그룹들로서는 ‘잔인한 봄’이 시작되는 셈이다.


◆ 평검사 인사 이후 대기업 수사 본격화 될까 재계긴장

15일 법조계 안팎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평검사 인사는 2월말 단행될 전망이다.

당장 신세계그룹은 비상이다. 정용진 부회장(45)이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지난 5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평검사 인사로 인해 담당 검사가 바뀔지 여부에 따라 기소 여부 결정 시기가 3월로 넘어갈지 주목된다.

신세계는 또 지난 8일 직원들을 불법사찰한 의혹으로 검찰과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신세계 이마트의 본사·지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과 노동부는 압수수색물 분석 등을 통해 위법을 지시한 윗선을 밝히는 데 수사력이 집중하고 있다.

평소 박 당선자는 대기업이 소상공인들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대형마트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어 신세계의 긴장감은 더 하다.

검찰은 ‘수사에 정치적 고려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대검찰청의 중수부 폐지 등 새정부 개혁대상 1순위로 뽑히는 검찰이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통해 존재감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은 신세계 외에도 대기업 노동현안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2010년과 2011년 비정규직 불법파견에 관여한 사람들의 처벌 여부가 관심사 이다.

검찰의 노동현안에 대한 수사는 해고자 복직 문제로 시끄러운 현대차와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재능교육 등에도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이 인수위 보고에서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보고한 것도 재계에서는 안 좋은 징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7일 CJ제일제당에 대해 수사를 벌여 CJ가 의사 266명에게 43억 상당의 법인카드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18명을 형사입건했다.

수사권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던 검찰과 경찰이 경쟁적으로 대기업을 수사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불법행위를 하면 사정기관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국제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사정기관들이 경쟁하듯 수사를 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상단 왼쪽부터 구자원 LIG그룹 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하단 왼쪽부터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남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5일 이후 주요재판일정 잡힐듯

대법원은 지난 14일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 865명에 대한 정기인사를 25일자로 단행했다. 이로인해 상당수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으로 재판을 받게 되는 재벌총수들은 구자원 LIG그룹 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3부자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이 있다. 항소심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이 예정돼 있다.

2200억원 상당의 LIG건설 기업어음(CP)를 사기 발행한 혐의로 기소된 LIG그룹 3부자는 지난해 11월 기소된지 한 달 뒤 첫 공판에서 매주 한차례 집중심리를 받고 있다. 보통 법원은 가족이 공범일 경우 아들을 기소하면 아버지는 기소하지 않는 관행이 있는데 LIG 사기건은 이 같은 관행이 깨졌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남매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재판 일정도 아직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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