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세계경제위기 극복·국격 상승 '호평'

이명박 정부 5년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이 대통령은 19일 '퇴임 연설'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선진국이 이제 우리의 현실이 돼가고 있다"면서 "지난 5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기도 했지만 가장 보람되고 영광된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날인 18일 '고별' 라디오 연설에서도 "'정치의 시대'를 넘어 '일하는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권력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일꾼이 되고자 했다. 저는 '대한민국의 가장 행복한 일꾼'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새벽 4시면 일어나 자정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는 후문이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없이 끝까지 일하는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취임 초 다짐대로 그야말로 쉼 없이 달려왔다.

이런 이 대통령의 5년 집권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임기 중 49차례에 걸쳐 84개국을 방문했다. 거리로 환산하면 지구 19바퀴를 돈 것으로서 자원 외교를 벌이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경제적 지평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 2차례의 경제위기를 맞아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국가신용등급이 오르면서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 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로 국격을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취임 첫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녹색성장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고, 우리나라 처음으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를 국제기구화하기도 했다.

여기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전 수주, 아덴만 구출 작전의 성공 등 영광의 순간도 적지 않았다.

새해를 한참 넘겨서야 정부부처의 새해 업무보고가 끝나는 관행을 깨고, 하루에 서너 곳의 업무보고를 받아 연말에 끝내고 한시라도 빨리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했다.

수십 년 공직에 근무해 자기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참모들도 "이 대통령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고 사석에서 종종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포함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택시법'이 국회에서 통과하자 임기 중 처음 거부권을 행사하며 끝까지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4대강 사업은 평가가 가장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한반도 대운하 사업 구상으로 출발해 임기 중 4년간 총 22조원을 들이는 '대역사'로 해마다 되풀이되는 수해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진행했다.

이 대통령이 확신하는 것처럼 몇 년이 더 흘러 홍수 예방 능력이 검증되면 진가를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설계ㆍ시공ㆍ관리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부실' 판정을 받았고, 수질 악화와 환경 파괴를 초래했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는 형편이다.

남북관계에서는 원칙을 지키고 주도권을 잡았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금강산 관광 중 박왕자 피격 사건,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얼룩졌다.

급기야 지난달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현 정부 대북정책의 골간인 '비핵ㆍ개방 3000'(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인당 주민 소득을 3천달러까지 올리겠다)은 사실상 용도 폐기 운명에 처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뚜렷한 성과물이 거의 없는 셈이다.

또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부했지만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정치적 멘토'로 통하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친구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친인척과 최측근이 줄줄이 구속돼 체면을 구겼다.

여기에 내곡동 대통령 사저터 특혜 계약 의혹이 일면서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시형 씨가 특검 수사까지 받는 일도 발생했다.

또 국회 국정조사까지 받은 '민간인 불법 사찰'도 커다란 오점으로 남았다.

'불통 정부'라는 꼬리표도 내내 붙어 다녔다. 정부 출범과 함께 쇠고기 파동이나, '고소영(고대ㆍ소망교회ㆍ영남) 인사'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김태호 총리 후보자,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가 검증 과정에서 낙마하면서 인사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화법에서 나타나듯 '나를 따르라'는 개발 시대의 일방 독주식 리더십에 여론은 등을 돌렸다.

이를 두고 고학하며 실업계고를 겨우 나와 CEO에 서울시장, 대통령까지 승승장구한 이력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또 퇴임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최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 회장 등을 사면하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싸늘히 식기도 했다.

정치평론가인 전원책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4대강 사업에서 자전거도로, 보 등은 문제가 있다"면서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국가신용등급을 올린 것은 공적이지만 고환율 정책으로 중산층이 어려워져 민심과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전 변호사는 또 "전반적으로 열심히 노력한 정부로서 이 대통령은 탈당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었고, 임기 말 27∼28%의 지지라도 얻은 유일한 문민정부였다"면서도 "측근부패를 막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주의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게 아닌데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정치를 실종시키고 망쳤다"면서 "광우병 사태에서 보듯이 시민사회와도 부딪히고 소통이 제대로 안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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