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로 가는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과 방통위에 남을 공무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창조경제론’의 핵심부처인 미래부로 가는 방통위 일부 조직 직원들과 달리 규제임무만을 갖게 될 방통위에 남을 직원들은 기능이 대폭 축소된 조직에 대한 허탈감에 휩싸였다.

22일 방통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정된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방통위 소속 공무원 501명 중 350명(70%)은 미래부로 자리를 옮기고, 150명 가량이 방통위에 그대로 남을 예정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낸 안에 따르면 미래부 2차관 산하로 옮기는 공무원들은 방송통신융합정책실과 네트워크정책국, 통신정책국 소속이다. 주로 방송통신 융합, 방송통신 진흥, 통신규제기능 중 통신 요금문제를 담당해온 직원이다.

이들은 과학과 ICT 융합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창업,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필요한 핵심 부서에 소속됐다.

반면 지상파 방송의 방송규제 기능과 통신 규제 기능 가운데 이용자 보호와 시장 감시 기능을 담당하는 방송정책국 일부와 이용자보호국 직원 가운데 상당수는 방통위 조직에 남을 운명에 처했다.

야당인 민주당과 방송계가 방송정책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정책 조직 자체의 미래부 이전에 반대하고 있어 방통위에 남겨질 공무원수는 좀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안에 따르면 미래부로 이전하는 방통위 공무원수는 350명으로 돼있지만 여야간 합의가 아직 안 이뤄져서 아직 단정할순 없다”고 말했다.

새 부처 출범과 함께 방통위 공무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래부로 이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 진흥 기능을 상실한채 껍데기만 남은 방통위보다는 막대한 연구개발(R&D) 예산을 집행하고 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새 부처에서 근무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달 17일 지명된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자 역시 IT벤처와 벨연구소 사장을 역임한 ICT 출신인물이라는 점도 ICT 업무를 전담하는 방통위 출신들에게 잇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미래부가 정부 출범 초기 장기적 과제인 과학보다는 ICT 중심으로 중흥 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통위 조직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 12월 제18대 대통령선거 전후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 부문 후퇴했다.

방통위는 당시 ICT업계와 일자리를 창출을 중심으로 하는 독임제 ICT부처 설립을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방통위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등으로 분산됐던 기능을 합쳐 네트워크와 플랫폼, 디바이스, 콘텐츠를 아우르는 스마트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방송통신을 아우르는 장관 중심의 조직을 독자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욕심에 불과했다. 방송산업 진흥과 함께 공공성이 강조되는 방송통신 규제까지 모두 새 독임제 부처에 합쳐넣는 방안을 밀다가 야당뿐 아니라 인수위와 여권 내부에서도 문제가 불어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 공약에 언급했던 ICT 전담조직을 독임제 부처가 아닌 1개 차관조직으로 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제는 힘을 받는 새 부처로 따라들어갈 수 있느냐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결국 이것저것 다 갖다 붙여 초거대 공룡 ICT부처를 만들겠다는 방통위 공무원들의 희망사항은 본전도 못찾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선 방통위 조직이 ‘제식구 챙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새로 생기는 미래부에서 해결해야할 숙제를 우선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위측이 이달 21일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추진전략으로 내세운 정보통신 최강국 건설, 통신비 부담 완화, IT-SW 융합, 인터넷 생태계 조성 등 현안에 대해 지난 정보통신부나 방통위에서 했던 것과는 다른 전향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민 통신비 부담 완화 문제는 미래부로 편입된 방통위 공무원들이 우선해서 풀어야 할 숙제다.

인수위는 이와 관련해 우선 소비자가 이동전화에 가입할 때마다 내는 가입비(평균 3만원)를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요금 책정은 이동통신 사업자의 업무에 속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향후 미래부가 통신사들을 상대로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3대 이통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이통시장에서 이동전화 요금보다 20~30% 싼 알뜰폰 서비스의 활성화를 유도해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숙제로 남는다. 방통위가 이달 초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미뤘고 다수 알뜰폰 업체를 등장시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정책은 여전히 통신료 인하에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제조사들이 대부분 고가 스마트폰을 국내 시장에 집중 공급하는 가운데 이에 맞서 중저가 단말기 보급을 활성화는 방안을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주목된다.

박 당선인은 후보시절 서민물가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때문에 미래부 2차관 산하로 간 방통위 출신 공무원들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느냐가 새 정부의 초기 ICT정책의 신뢰성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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