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록 사채업자에게 통장을 빌려줬다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민사상 사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모(34)씨가 무등록 업자인 김모(45)씨에게서 고리의 돈을 빌리기 시작한 것은 5년 전인 2005년 3월로, 적을 때는 50만원, 많을 때는 400만원씩 빌려 2008년 6월까지 총 1억1천800여만원을 빌려 썼다.

물론 이자율이 대부업법 상 최고이자율을 넘어섰던 탓에 2008년 8월까지 이자 6천400여만원을 포함해 총 1억8천200여만원을 갚았다.

그러나 김씨가 고리를 챙긴 무등록 업자라는 혐의가 드러나 형사입건되자 이씨는 김씨와 김씨에게 통장을 빌려준 황모씨를 상대로 법정 이자율을 초과한 5천700여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청주지법 민사3단독 이형걸 판사는 판결문에서 "대부업법상 피고들은 원고가 초과 지급한 이자 전부를 반환해야 한다"면서 김씨는 5천700여만원 전부를 갚되 황씨도 이 금액의 60%인 3천400여만원을 김씨와 연대해 갚으라고 판시했다.

황씨도 통장을 빌려준 잘못이 있는 만큼 김씨가 원고에게 지급할 돈의 60%인 3천400만원을 김씨와 연대해 갚으라는, 즉 김씨와 3천400만원 부분을 절반식 해결하기로 합의할 경우 원고에게 1천700만원은 지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판사는 "황씨는 자신의 통장을 통해 김씨가 고리를 받으며 사채거래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황씨는 고의 또는 과실로 김씨의 불법행위를 방조했다는 점에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고도 위험성을 따져보지 않고 섣불리 사채업자와 거래를 했다가 손해를 입은 과실이 있는 만큼 황씨는 김씨와 연대해 원고에게 김씨의 배상액 중 60%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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