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사 워크아웃·법정관리


시공능력순위 13위의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을 추진할 상황에 놓이자 건설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건설업이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가운데 쌍용건설의 추락을 두고 다른 중대형 건설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이 8년 만에 다시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되면 건설업계 상위 20위권 내 구조조정 기업은 16위 금호산업에 이어 2번째가 된다. 현재 다른 중대형 건설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금융업계에서는 이미 7~8개 중견건설사를 ‘위기의 기업’으로 분류해 놓고 있어 건설업계 불안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 건설업계의 끝없는 적자 행진

25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주택경기 침체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1년 1570억원의 적자규모가 작년 4114억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어올랐다.

이처럼 쌍용건설은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어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4월1일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돼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앞서 한일건설도 지난해 29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이달 중순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두산건설의 당기순손실도 2011년 2934억원에서 작년 6148억원으로 두 배가량 커졌다. 삼호, 삼부토건, 금호산업 등 건설사들은 2011년에 이어 작년에도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건설업계가 적자난에 허덕이고 있다.

또한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범양건영, 남광토건, 벽산건설 등 3개사는 자본잠식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정상 건설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상기업인 경남기업도 작년에 2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전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으며, 신세계건설과 KCC건설의 순이익은 각각 63.8%, 79.8% 급감했고 계룡건설 순이익도 전년보다 52.8% 감소했다.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며 외형 불리기에 도전한 상위권 대형 건설사들은 외화내빈 상태를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등 7개 주요 건설사의 작년 실적은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5.0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7.98%, 순이익은 7.57% 각각 줄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 건설업계 잇따른 구조조정 선택

이 같은 건설업 수익 악화로 지난해 말까지 시공능력순위 상위 100개 건설사 중에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상태에 놓인 건설사는 총 20개에 달한다.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3개월 동안은 동양그룹과 한일건설, 쌍용건설이 구조조정의 길에 들어서 힘겨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동양그룹은 건설업 침체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로 작년 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가전사업부와 섬유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당분간 주력사업인 시멘트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워크아웃 중이던 한일건설은 최대주주 한일시멘트의 지원이 어려워지자 결국 법정관리의 길로 들어섰고, 쌍용건설 역시 최대주주 캠코(자산관리공사)와 정부의 외면으로 워크아웃에 돌입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반면 시공능력순위 12위 두산건설은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과 오너 일가로부터 유상증자 등 총 1조원의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두산건설은 이번 자본 확충으로 순차입금을 8000억원 수준으로 낮추고 부채비율은 148%까지 낮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위기가 중소형 건설사뿐 아니라 상위 중견 건설사들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쓰러지면 은행권 손실을 비롯해 국내외 하청업체들까지 고스란히 고통을 전달받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도 원가절감 및 해외사업 확대 등으로 위기탈출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 돌아오는 만기 회사채에 건설 수주액 침체 국면까지 ‘설상가상’

이런 와중에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회사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만기도래 채권이 몰리면서 워크아웃 등을 선택하는 위기의 건설사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회사채 44조원 중 건설업의 비중은 4조4000억원으로 24.4%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업계 추산 결과 올해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 대비 회사채와 PF관련 대출 등을 합친 총 유동성 부담액은 한화건설 1조4000억원, 한라건설 1조5000억원, 두산건설 2조4000억원, 코오롱글로벌 8100억원, 동부건설 7100억원, 계룡건설 4500억원 등이다.

여기에 작년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2006년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건설업 경기 침체는 더 심화 국면에 빠지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작년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액은 101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조원 넘게 줄어들어 새 정부 5년간 경제성장률을 1.5%포인트 떨어뜨리고 취업자 수도 12만6000명 감소시킬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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