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기관경고, 하영구 행장 주의적 경고 받을 듯


불법약관을 몰래 적용하면서 중소기업의 돈줄을 쥐락펴락한 외국계 은행들이 줄줄이 중징계를 받는다.

금융당국은 이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축소를 바탕으로 본사 고배당을 강행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른 외국계 은행의 고질적 행태인 ‘경기가 어려울 때 대출금을 빼앗는’ 행위와 국부 유출에 대한 논란에 대해 강도 높은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중소기업 대출에 ‘미확약부 여신약정’(Uncommitted Loan Agreement)을 적용한 한국씨티은행에 대해 고강도 징계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확약부 대출약정이란 대출한도를 소진하지 않은 약정금액을 은행이 임의로 회수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불법약정으로 은행법 등에 어긋난다.

징계 수위는 조만간 열릴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에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 하영구 씨티은행장에는 주의적 경고를 각각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 행장은 지난 2001년 한미은행장(씨티은행 전신)으로 시작해 12년째 4연임을 하고 있으며, 전날 3년 임기의 씨티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받아 5연임이 확실시되는 최장수 은행장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2일에도 같은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 기관경고를, 리처드 힐 SC은행장에 주의를 의결한 바 있다.

하 행장에게 한 단계 높은 주의적 경고가 내려질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는 씨티은행이 SC은행의 10배를 넘는 미확약부 대출약정을 운용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의 양대 외국계 은행인 씨티·SC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6000여건에 미확약부 대출약정을 부당 적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미확약부 대출약정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도 내에서 대출금 지급 의무를 지는 ‘확약부 여신약정’과 달리 자산건전성을 평가할 때 ‘신용환산률’이 낮거나 없어 은행에 유리한 불공정 거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배경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 2007년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미확약부 대출약정 도입을 추진했다가 은행의 일방적 해지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보류했었다.

이들 두 외국계 은행은 이처럼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확약부 대출약정을 맺어왔으며, 이렇게 빼앗은 대출한도는 금감원 검사에서 파악된 것만 100조원에 육박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은행은 일반 대출약관 마지막에 특약 형태의 미확약부 약정을 끼워넣는 수법으로 중소기업에 사실상 약정 체결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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