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경영진 해임 권고…해임 시 경영 공백으로 난항 예상

▲ 쌍용건설의 부실경영 책임을 둘러싸고 대주주인 캠코의 ‘김석준 회장 퇴진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워크 아웃 등 유동성 위기에 빠진 쌍용건설의 부실경영 책임을 둘러싸고 캠코의 김석준 회장의 퇴진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한 김석준 회장 퇴진 시 경영에 공백이 생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며, 캠코의 자금 지원 외면과 거듭된 매각 실패 책임을 경영진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앞서 쌍용건설은 사내이사 3명 가운데 지난해 3월과 9월 사장과 부사장이 각각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캠코, “김 회장도 경영 실패 인정했다”

쌍용건설의 최대 주주였던 캠코는 경영 부실 책임이 경영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캠코 측은 지난달 23일 열린 쌍용건설 경영평가위원회에 참석한 김 회장 스스로 “경영 실패 책임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쌍용건설 매각이 실패한 것도 시장 상황 악화와 경영진의 경영 실패에 따른 대규모 손실 누적이 가장 큰 원인이며 “대형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추진과 과도한 아파트 할인 매각으로 손실이 늘어나면서 매각 입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캠코가 대주주 책임론을 경영진 책임론으로 전도하고 있다’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기업의 중대사를 한사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것.

한 쌍용건설 관계자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도 회사는 꾸준히 수익을 냈다”면서 “캠코는 회사 매각에 계속 실패하면서 어떠한 자금 지원도 하지 않았던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주주의 지원이 끊기면서 생존을 위해 아파트 할인 매각과 PF 부실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결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쌍용건설 측은 “산업은행은 비슷한 처지였던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1조원 이상 유상증자를 단행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위기의 쌍용건설, 김 회장 퇴진 시 난항 예상

김 회장은 최근 “회사만 살 수 있다면 퇴진을 포함해 모든 걸 바칠 각오가 돼 있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퇴진하면 경영 정상화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회장이 1983년 이후 30년 이상 사실상 회사를 이끌어 온 만큼 그를 대신할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1998년 쌍용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채권단 요청으로 복귀해 2004년 워크아웃 졸업을 성공시켰다.

당시 그는 보유 지분(24%)을 모두 채권단에 내놓았다. 2003년에는 거듭된 적자로 유상증자가 필요하자 자신의 집을 담보로 지분 1.45%를 사들였다.

2006년 잠시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 회장은 2010년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해 그동안 경영 정상화를 진두지휘했다.

이에 한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김 회장은 해외 건설 시장에서 몇 안 될 만큼 손꼽히는 넓은 인맥을 가진 경영자”라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 공사 수주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해 왔다”고 말했다.

김석준 회장 해임 후, 복귀 가능성은?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김 회장의 복귀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김 회장에 대한 해임공문을 보낸 후 쌍용건설이 이번 주중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회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 말들이 많다.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사실상 채권단이 경영을 총괄한다. 따라서 3월에 있을 쌍용건설 주주총회에서 캠코가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김 회장의 해임은 확실시 된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3월 주총에서 해임되더라도 김 회장은 적당한 시점이 지나면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회장은 이미 IMF사태와 2006년 분식회계로 실형을 선고 받은 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있으나 그때마다 채권단과 임직원들이 간곡히 요청해 전문경영인에 복귀한 전례가 있다.

한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석준 회장이 분식회계 문제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2010년 화려하게 복귀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해외 네트워크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83년 29세의 나이에 쌍용건설 사장직에 오른 후 30년 간 해외시장을 누비고, 해외현장을 찾아 고생하는 직원들과 함께 지낼 정도로 해외시장 개척에 열정을 쏟아온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같은 김 회장의 해외 네트워크 덕분에 쌍용건설의 매출 중 해외비중은 40%를 웃돌고 있다.

김 회장의 해외 네트워크가 쌍용건설 회생에도 여전히 필요하다는 인식이 내·외적으로 두텁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캠코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7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출자전환하고, 채권단이 1500억 원의 출자전환을 통해 새 주인을 찾을 경우 김석준 회장의 입지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가 극심한 불황에 빠진 상황이라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견건설사까지 해외시장 개척에 목이 말라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쌍용건설 회생은 결국 해외 건설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실제 쌍용건설은 2011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적자를 냈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이익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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