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민주당의 대선 패배와 관련, 친노(친노무현) 주류의 퇴진론을 제기했다.

한 위원장은 27일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와 한국선거학회가 공동주최한 ‘민주통합당의 18대 대선 패배, 100년 정당의 길을 모색한다’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통해 민주당 내 특정계파의 패권적 집단문화를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4·11 총선 때 승리가 명확했던 선거를 망쳤던 당의 지도부가 추호의 반성도 없이 12·19 대선을 이끌면서 국민이 요구했던 시대정신보다 민주당의 명분과 이익, 또는 계파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다시 패배의 고배를 마시고서도 변화를 원했던 국민들에게 아무런 반성도 없이 다시 당권 경쟁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권을 장악해온 주류 세력의 운동권 체질의 자기도취와 망상, 상호 불신으로 점철된 계파 싸움은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면서 “민주당의 몰락은 물론 지지세력에게 환멸을 넘어 정치를 비웃고 도피하는 탈정치의 출구를 열어 줄 위험이 있으며, 이것은 필히 한국 민주주의의 큰 재앙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선거를 통해 정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고 정당은 선거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고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불행히도 오늘의 민주당은 이런 민주주의의 기본윤리와 책임이 사라진 심각한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은 권력에 도취돼 정당의 존재이유를 망각하는 계파들의 치열하지만 지루하고 소모적인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패배에 대한 정치적 인책과 관련 “본질을 숨기는 피상적 인물 교체의 사례를 그동안 많이 봤다”면서 “책임이 있는 세력이 공동으로 자숙하고 퇴진할 때, 과거 극복의 정의는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선후보에 대해서도 “당 밖에서 신선한 에너지의 수혈을 선호했던 문 전 후보의 무지개 선거캠프의 운영전략은 그 화려한 어휘와 외양에도 불구하고 원했건 원하지 않았던 간에, 심각한 소외와 상실감을 당에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방대한 선대위 조직이 제대로 기능했다는 증언은 좀처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와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후보단일화만 성사되면 무조건 이긴다는 자기 중심의 안일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다”며 “포용과 소통 대신 동원 가능한 권력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상대를 압박하려는 체질화된 패권적 조직문화가 ‘아름다운 단일화’의 전제 조건, 즉 신뢰를 파괴시키는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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