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이번 4월 재·보선에 직접 출마하기로 한 것은 신당 창당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그가 출마하기로 한 서울 노원병 지역은 야성이 강한 지역이라 이번 재보선 지역들 중에서는 비교적 당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유력 정치인인 그가 직접 출마해 당선이란 결과를 낳음으로써 창당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을 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안 전 교수측 관계자 역시 3일  "자연스럽게 그런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며 "창당까지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병 이외 4월 재보선 지역은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 등으로 여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한 때 안 전 교수가 출마한다면 그의 고향인 부산 지역에 출마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부산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한 몫을 담당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이 이미 출사표를 던진 곳이라 노원병 보다는 당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지난 대선에 나섰던 안 전 교수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신당 창당을 위한 동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이 있을 것이다.

신당 창당 동력 마련 이외에도 안 전 교수가 직접 나서는 데에는 대선 패배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민주당 내부 상황 역시 한 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2개월 반 가량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두고 주류와 비주류로 갈라져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여당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합의점을 찾는 데 계속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권 지지자들의 실망감을 높이고 있다.

이럴 때야 말로 '새 정치'를 표방하는 안 전 교수가 나설 적기라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안 전 교수가 나설 적기"라며 "민주당 내분이 조용해 지면 안 전 교수 입장에서는 정통성 있는 야당으로 파고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게 되는 것"라고 지적했다.

안 전 교수가 야권 적통 타이틀을 쥐고 있는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시기라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만약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한 석이라도 가져가게 된다면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허니문 기간에도 선전을 한 셈이 된다"며 "안 전 교수가 노원병 지역에 출마하는 것도 민주당의 노원 진출을 막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는 데 안 전 교수가 당선된다면 민주당은 더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뿐 아니라 지금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여야가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개혁 메시지를 안 전 교수가 직접 가지고 나오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전에도 국회의원 경력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 그가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부딪혀 보겠다는 모습을 비추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아울러 그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사퇴함으로써 '아름다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 등 야권 패배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고 그래서 재보선에서 이를 심판받고 털고 가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 전 교수측 관계자는 안 전 교수가 직접 출마를 결심한 데 대해 "우리 내부에서도 본인이 직접 출마해야한다, 이번에는 아니다 등 의견이 분분했다"며 "그간의 의사소통 과정이 어떤 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본인이 일단 의지를 피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측은 지난 2월 말께 미국에 머물고 있는 안 전 교수에게 '4월 재보선 등에 관한 측근들의 의견'을 취합해 보고했고 안 전 교수가 이에 "늦지 않게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날 안 전 교수의 출마 선언은 여러 단위의 의견수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출마를 대신 알린 송호창 무소속 의원 역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안 전 교수가 직접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보다는 금태섭·조광희 변호사 등 안 전 교수의 측근들이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안 전 교수는 이날 그의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으로 활동했던 송 의원을 통해 출마 의지를 밝혔다.

안 전 교수가 출마 의지를 밝힘에 따라 안 전 교수측은 내부 논의를 거쳐 선거사무실을 차릴 예정이다.

선거 캠프에 참여할 인사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지만 대체로 지난 대선 당시 그의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주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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