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신규가입자의 보험료가 5~10%가량 또 오를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발생한 수익성 악화를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통해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4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보험사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4월부터 ‘표준이율’이 0.25%포인트 내린 3.50%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표준이율이 0.25%포인트 하락하면 5%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작년에 이은 두 번째 하향 조정으로 보험료 인상 폭이 2년째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셈이다. 특히 장기상품(만기가 긴 상품)이 많은 종신보험, 질병보험 등을 중심으로 보험료가 많게는 10%까지 오를 수 있어 고객을 봉으로 삼는다는 보험사의 행태가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대형 보험사들은 표준이율 조정에 맞춰 보험료 인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만기가 짧은 상품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덜 오를 가능성이 크지만, 3년 만기인 실손의료보험은 손해율 상승(보험금 지급 비율)이 겹쳐 이마저도 상당폭 인상이 예견된다.

이처럼 표준이율 하락으로 보험료가 줄줄이 오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가 한몫하고 있다고 보험사 관계자들을 입을 모으고 있다.

표준이율이란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려고 확보한 돈(책임준비금)에 붙는 이율을 말한다. 보험사가 준비금을 운용해 얻을 것으로 예상하는 수익률의 기준치다. 금융감독원은 해마다 정해진 계산식에 맞춰 표준이율을 산출하는데, 여기에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로 직결되는 시중금리 추이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표준이율 계산식에 쓰이는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08년 5.57%에서 작년 3.45%로 낮아졌고, 올해 1월에는 3.05%까지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2005년 4.25%에서 2006년 4.00%로 내려가고서 5년간 유지되던 표준이율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2년째 하락,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표준이율 하락이 보험료 인상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으로 보험사들의 고질적인 경영 행태도 지적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재원을 확충할 때 증자(增資)보다 보험료 인상을 선호한다. 회사마다 예상 수익률이나 마케팅 전략이 달라 인상 폭 차이가 조금씩 생길 뿐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조만간 표준이율 계산식을 개편할 때 보험사의 사업비 지출이 보험료 수입 규모와 연동하지 않도록 해 보험료 인상 폭을 억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험사들이 표준이율 조정과 보험료 인상을 구실로 삼아 곧 가격이 오른다고 선전하는 절판 마케팅이 다시 판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보험료 인상 예정을 내세워 본격적인 절판 마케팅이 벌어질 것”이라며 “일부 보험사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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